1년에 딱 1만병, 이름도 매년 바뀐다. ..와인 컬렉터 줄 서서 기다리는 BDM은 어디?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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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1만병, 이름도 매년 바뀐다.
..와인 컬렉터 줄 서서 기다리는 BDM은 어디?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세계 최고 이탈리아 산지오베제 와인 산지 몬탈치노를 가다④

밀라노 ‘패션 피플’ 스텔라 디 캄팔토 20대이던 1992년 와이너리 설립/휴대전화도 안터지는 몬탈치노 오지서 한해 단 1만병만 생산/와인 이름 매년 바뀌고 양조 레시피도 없어/전 세계 와인 컬렉터 줄 서는 ‘희귀템’ 등극

베아트리체 부온템포. 최현태 기자 인공 효모, 화학 비료를 쓰지 않고 필터링, 물 공급도 하지 않습니다. 로쏘와 리제르바 구분없이 오로지 브루넬로 디 몬탈티노(Brunello di Montalcino·BDM) 하나만 만듭니다. 와인 이름도 매년 캐릭터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해는 싱글 빈야드로, 어떤 해는 9개 포도밭을 섞어 만듭니다. 정해진 블렌딩 레시피 없고 그때그때 감각에 맡깁니다. 오로지 하늘과 땅이 선사한 그해만의 ‘영감’을 병 속에 오롯이 담아내는 와이너리, ‘몬탈치노 떼루아의 전도사’ 스텔라 디 캄팰토(Stella di Campalto)를 찾아 갑니다.

산탄티모 수도원. 홈페이지 ◆오지에서 시작된 마법

몬탈치노에서 남동쪽으로 20분 차로 달리면 중세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산탄티모 수도원(Abbazia di Sant’Antimo)을 품은 중세 마을 카스텔누오보 델라바테(Castelnuovo dell’Abate)에 닿습니다. 여기서 남쪽으로 10분을 더 가면 8ha 규모 포데레 산 주세페(Podere San Giuseppe) 포도밭을 품고 있는 스텔라 디 캄펠토가 나옵니다.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포도밭이 둥글게 감싸고 있고 그 너머는 100년 수령의 올리브 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와이파이는 커녕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아 지금도 유선 전화로 세상과 소통할 만큼 아주 오지입니다. 세상과 단절된 산 주세페는 역설적으로 자연의 에너지가 가장 순수하게 보존된 ‘포도재배의 천국’입니다.

산 쥬세페 포도밭. 홈페이지 스텔라 비올라 디 캄팔토. 홈페이지 수백년 역사의 와이너리가 즐비한 이탈리아에서 스텔라 디 캄펠토의 역사는 30여년에 불과합니다. 로마에서 태어나 프라하에서 살았고 밀라노의 패션업계에서 일하던 도시 출신 스텔라 비올라 디 캄팔토(Stella Viola di Campalto)의 가족이 이런 외진 곳에 정착한 것은 1992년. 시아버지가 노후를 보내기 위해 매입했던 산 쥬세페 황무지를 결혼 선물로 물려 받으면서 스텔라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이 곳은 1910년부터 포도를 재배했지만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수 십년간 방치돼 폐허나 다름 없었습니다. 하지만 20대 패션 피플이던 스텔라는 위대한 와인이 탄생할 가능성을 믿고 두 딸 베아트리체(Beatrice), 베네데타(Benedetta)와 올리브 나무 한 그루와 집 한 채가 있는 땅에 정착해 포도밭을 일구기 시작합니다.

스텔라 디 캄팔토 전경. 홈페이지 스텔라 디 캄팔토 9개 싱글 빈야드. 홈페이지 ◆테루아를 그대로 담다

스텔라가 처음부터 공을 들인 것은 포도밭의 유기농 경작입니다. 2005년 몬탈치노 지역에서 최초로 바이오다이나믹 인증을 받았을 정도입니다. 또 위치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는 포도밭을 구획별로 나눠 세심하게 관리합니다. 산 주세페에는 레초(Leccio), 쿠르바(Curva), 사쏘(Sasso), 바싸(Bassa), 보스코(Bosco), 울리보(Ulivo), 톤디노(Tondino), 꿰르차(Quercia), 산 주세페 등 9개 포도밭이 있습니다. 레초는 점토와 석회암, 쿠르바는 사암과 실트스톤, 사쏘는 석회암 토양으로 모두 개성이 뚜렷합니다. 따라서 스텔라는 ‘덜 개입할수록 더 많이 드러난다’는 양조 철학에 따라 9개 포도밭의 개성을 잘 담기위해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매년 다른 스타일의 와인을 만듭니다. 포도를 재배하는 정해진 규칙도 없고 와인 양조 따로 레시피도 없습니다.

산 주세페의 다양한 토양. 홈페이지 스텔라의 맏딸로 모친과 와이너리 경을 맡은 베아트리체 부온템포(Beatrice Buontempo)를 만났습니다. 스텔라 디 캄팔토는 나라셀라에서 수입합니다. 베아트리체는 지질학 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산 주세페 토양이 극단적으로 잘게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꾸르바는 과실 표현이 명확하고 또렷하며 구조가 단정하고 균형이 뛰어납니다. 향도 비교적 직관적입니다. 싱글빈야드로 만들 때 완성도가 높고 여러 포도밭을 섞어서 만드는 마쎄에 포함되면 중심축 역할을 담당합니다. 사쏘는 돌, 바위라 뜻으로 석회암에 노출된 토양입니다. 수분 보유력 낮고 생육 조건이 매우 까다로와 수확량이 매우 적어요. 하지만 미네랄리티가 강하게 드러나고 날카로운 산도와 단단한 골격이 돋보입니다. 사쏘 포도밭조차 두 개의 전혀 다른 성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불과 1m 차이로 토양이 달라지는데 한쪽은 바르바레스코를, 다른 한쪽은 바롤로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를 지녔답니다. ”

베아트리체. 최현태 기자 ◆같은 와인은 하나도 없다

BDM 규정상 10%까지 다른 빈티지 블렌딩이 허용되지만, 스텔라는100% 그해의 산지오베제만을 고집합니다. 또 2016년 부터 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 RDM)나 리제르바(Riserva)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오직 BDM 한 종류만 집중합니다. 특히 와인 이름은 물론, 포도밭별로 만든 뀌베의 블렌딩 비율도 매년 바뀐답니다. 같은 와인은 단 하나도 없는 셈이죠. 9개 포도밭 구획을 각각 발효한 뒤, 블렌딩 과정에서 얻은 영감에 따라 이름을 붙입니다. 2016년에는 BDM이 4종 나왔지난 2015년에는 단 한종만 나왔습니다.

스텔라와 베네네타. 홈페이지 “2011년에는 어머니가 자매의 이름을 따 베아트리체와 베네데타를 만들었어요. 크리스마스때 가족이 둘러 앉아 시음을 했는데 베아트리체는 차분하고 수줍은 스타일인 반면 베네데타는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두 딸의 특징을 그대로 닮았더군요. 그래서 만장일치로 와인 이름을 정했답니다. 한번 사용한 이름을 절대 쓰지 않습니다. 스텔라 디 캄팔토의 와인은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으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변주 속에는 언제나 몬탈치노의 땅이 전하는 진심을 담고 있답니다. 자연스러운 불완전함이 만들어낸 완벽한 조화가 스텔라 디 캄펠토의 매력이랍니다. ”

산 쥬세페 포도밭. 홈페이지 ◆싱글빈야드와 마쎄

고정관념에 벗어난 스텔라 양조철학은 싱글빈야드와 마쎄(Masse)에서 잘 들어납니다. 어떤 해는 싱글빈야드로만 만들고 다른해는 마쎄로 만듭니다. 마쎄는 ‘덩어리’라는 뜻으로, 여러 포도밭의 캐릭터를 섞어 만든 하나의 완성체를 의미합니다. 스텔라는 우선 9개 포도밭을 다시 구획별로 세분화해 모두 따로 발효합니다. 특히 온도 조절 장치를 갖춘 4500ℓ 대형 우든 탱크에서 저온으로 마치 차를 우려내듯, 천천히 발효합니다. 인공 효모는 전혀 쓰지 않고 자연 효모로 발효합니다. 포도즙과 껍질을 위아래로 섞어주는 펀치 다운은 하지 않고, 6시간마다 1시간씩 포도즙을 위에서 뿌려주는 부드러운 펌핑 오버만 반복합니다. 또 숙성중인 와인을 매주 배럴 테이스팅하면서 싱글빈야드와 마세 여부를 결정합니다. 스텔라는 이렇게 만든 와인의 숙성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BDM은 기본 4년 숙성이 규정이지만 스텔라는 34개월 숙성 뒤 최소 6년 이상의 병 숙성을 거칩니다.

산지오베제(브루넬로). 홈페이지 하지만 스텔라가 모든 것을 자연과 감각에만 맡기는 것은 아닙니다. 놀라울 정도로 집요하게 포도밭 상태를 관찰합니다. “6시간마다 포도밭 습도를 측정하고, 매년 토양 성분을 분석해 지질학적 변화를 추적합니다. 또 포도나무 사이에는 각 구역 토양에 맞는 커버 크롭을 심는데, 인위적으로 종류를 정하기보다 여러 씨앗을 섞어 뿌린 뒤 땅의 선택에 따라 잘 자라는 식물을 그대로 둡니다. 심지어 포도나무를 지탱하는 금속 줄조차 전기 전도체가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

아리아와 바치아. 최현태 기자 ◆바치아와 아리아의 변주

스텔라가 최근 세상에 내놓은 와인은 바치아(Bacia) 2019와 아리아(Aria) 2018입니다. 스텔라는 빈티지를 순차적으로 내놓지 않고 세상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숙성된 뒤에 출시합니다. 빈티지가 매년 들쭉날쭉한 이유랍니다. 최근 출시 빈티지는 2019이며 다음 빈티지는 2016년입니다. 매 빈티지 마다 전 세계 얼로 케이션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구하기 어려운 와인입니다. 마스터 오브 와인(MW) 팀 앳킨(Tim Atkin)의 몬탈치노 BEST 와이너리에 솔데라, 포지오 디 소토와 함께 1등급(First Growths)으 로 선정됐습니다.

▶바치아 2019

바치아 2019. 최현태 기자 바치는 이탈리아어로 ‘입맞춤’이라는 뜻입니다. 야생 산딸기를 한 입 베어 문 듯한 직관적이고 화려한 풍미가 압권입니다. 2019년의 좋은 일조량이 만들어낸 탄탄한 구조감과 허브 향이 매력적입니다. 향에서 블랙 체리, 시더 박스, 향신료, 멘톨 허브, 코코아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감지되고 입에서는 크랜베리와 블랙베리 농축 과실미, 산도와 발사믹 뉘앙스, 미네랄감이 조화롭게 드러납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 긴 여운, 풍부하고 복합적인 구조감이 돋보입니다. 토마토 베이스 미트 파스타, 소고기 스테이크, 진한 풍미의 스튜와 잘 어울립니다. 8537병 생산됐습니다. 토착효모로 20~40 HL(헥토리터)의 대형 오 크통에서 발효하고 15~17 HL의 배럴에서 34개월간 숙성합니다. 추가로 29개월간 병 숙성합니다.

아리아 2018. 최현태 기자 ▶아리아 2018

아리아는 ‘공기’ 혹은 ‘노래’라는 뜻으로 이름처럼 부드럽고 포근합니다. 비가 다소 내렸던 빈티지의 특성을 반영하듯, 마치 ‘니트 입은 공주’처럼 차분하고 코지한 느낌을 줍니다. 조용히 집중하고 싶은 날이나 햇살 좋은 날 여유를 부릴때 완벽히 어울리는 와인입니다. 레드 커런트의 신선하고 산뜻한 아로마, 아이리스 향, 검붉은 과실, 향신료, 으깬 부싯돌의 섬세한 미네랄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깃털처럼 부드러운 탄닌, 복합적인 미네랄리티의 밸런스가 돋보입니다. 붉은 육류 요리, 숙성된 페코리노 또는 파마산 치즈, 크리미한 리조또와 잘 어울립니다. 4287병 생산됐습니다. 토착효모로 20~40 HL(헥토리터)의 대형 오크통에서 발효하고 15~17 HL의 배럴에서 34개월간 숙성합니다. 배럴 숙성 이후추 가로 42개월간 병 숙성을 거칩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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