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국은행의 올해 첫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국내 대다수 전문가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 1.8%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성장률이 1.0% 안팎에 그친 데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반도체가 수출 실적을 끌어올리면서 성장 회복세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도 성장 모멘텀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의 통화정책 변수로는 '환율'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정부의 개입 경계에도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정부의 최우선 대응 과제도 '외환시장 안정'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올해 성장률 '1.8% 이상' 대다수…전문가 45% "2% 넘길 것"

12일 아시아경제가 국내외 경제연구소·증권사·은행 등의 경제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전원(11명·미응답 2명)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8%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행의 지난해 11월 전망치와 동일한 1.8%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1.9%가 2명이었다. 이들 중 45%(5명)는 '2% 이상 성장'을 예상했다.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전망치와 동일한 2.0%를 전망한 전문가는 2명이었다. 이보다 높은 2.1%를 예상한 전문가는 1명, 2.2%는 2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반등하는 가장 큰 이유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를 꼽았다.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둔화 우려에도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반도체 경기가 올해도 수출 실적을 이끌 것으로 봤다. 여기에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 지난해 낮은 성장률의 기저효과도 성장률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2.1%의 성장을 전망한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길어지는 반도체 사이클'을 이유로 들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양호한 수출과 정부 주도 성장 모멘텀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기존 2.0%에서 2.2%로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다만 'K자형 성장 회복세(양극화 심화)'가 성장률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1.8% 성장을 전망한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타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기저 이상의 성장 효과가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K자형 성장에 따라 2% 성장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며 1.9%를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 1.8%를 전망한 한준희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순수출 측면에서 일부 (성장률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주력 산업의 글로벌 수요 변화,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 전이, 내수 회복 지연 등은 경제 전반의 성장 모멘텀을 제약하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짚었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한은이 전망한 2.1%에 근접한 2%대 초반(2.0~2.2%)에 머물 것이라는 응답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강민주 ING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원화 약세에 따른 물가 상승 요인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상쇄될 것"이라며 "물가상승이 가속화된다면 정부가 가격 안정화 정책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 전망은 최저 1.7%, 최고 2.3%까지 격차가 0.6%포인트에 달했다. 2.3%를 전망한 윤여삼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안정에도 환율이 예상보다 높아 수입물가에 대한 부담이 있고, 6월 지방선거 이후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금리결정 변수, '환율' 가장 많이 꼽아…"정부 최우선 대응 과제도 외환시장 안정"

이달 기준금리는 전문가 모두 동결을 예상한 가운데 향후 한은의 통화 정책은 최근 지속된 고환율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응답자 11명 중 8명(복수 응답)이 환율을 꼽았다. 그동안 변수로 인식되지 않았던 '물가'를 꼽은 이들도 5명에 달했다. 집값 등 부동산을 변수로 꼽은 이들도 5명이었다. 환율과 물가, 집값 상승은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한준희 책임연구원은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자본유출과 환율 상승 압력을 유발할 수 있어 통화정책 여력을 크게 제약한다"며 "물가 역시 상방 압력이 확대될 경우 인하 여건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백윤민 연구원도 "현시점에서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은 펀더멘탈보다 금융안정 리스크에 좀 더 쏠려 있다"며 "이들의 안정 여부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등 수출 경기가 변수라는 응답(3명)도 나왔다. 안예하 연구원은 "수출 경기 개선 흐름에 따른 낙수효과가 강화될 경우 금리 동결 기조의 장기화나 인상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민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 회복이 반도체 사이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점은 향후 성장 경로의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변수 중 하나로 꼽은 윤여삼 연구원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정책 유도가 재정 불확실성을 이끌 수 있다"며 "이 경우 미국 금리상승 위험을 자극할 수 있어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정부의 최우선 대응 과제도 외환시장 안정을 꼽은 이들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10명 중 5명(복수 응답)은 환율 등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김성수 연구원은 "환율 부담이 계속될 경우 물가와 성장 모두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준희 책임연구원 역시 "대외 불확실성이 큰 국면에서는 환율 변동성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무역협정과 연계된 대규모 대미 투자가 예고된 상황에서 자본이동과 외화수급 변화가 환율에 추가적인 변동성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해당 투자 집행 과정이 외환시장에 과도한 충격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최우선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미래산업 육성(4명)과 구조개혁(2명)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은 "저성장을 극복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래산업 육성과 노동·교육 등 구조개혁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균 연구원 역시 "20년가량 하향 추세인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는 것이 올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경제 양극화 해소를 꼽은 강민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양극화가 지속되면 거시정책 운용에 제약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가나다순)
강민주 ING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문홍철 DB증권 연구원, 박상현 iM증권 연구원,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 한준희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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