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주경제DB] LG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잇따른 실적 부진으로 침체 국면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위기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 단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내 맏형인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094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이후 9년 만의 분기 적자다. 가전 산업 특유의 '상고하저' 흐름에 미국 관세 타격,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이 맞물린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은 12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주요 고객사의 파우치형 배터리 물량이 줄고,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라인 추가 가동에 따른 초기 비용 부담 등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포드에 이은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의 계약 해지로 총 13조5000억원 규모의 일감이 증발한 것도 앞날을 어둡게 한다.
4분기 실적 발표 전인 LG화학도 비수기 영향과 원가 래깅(시간적 지연), 대산공장 정기보수 비용 등 여파로 2300억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부진이 단기 이슈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가전사업은 LG전자 매출에서 30% 이상을 차지하지만 중국발 물량 공세로 신규 수요 창출이 쉽지 않다. 석유화학은 하락세가 완연하고 2차전지도 캐즘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저가 시장은 중국이 장악한 상태다.
LG그룹의 활로 모색에 재계와 시장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룹 측은 미래 성장동력인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중심의 체질 개선으로 위기를 넘겠다는 각오다.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 지역을 집중 공략하려 한다. 전장·공조(HVAC)·사이니지 등 기업간거래(B2B) 비중을 늘리는 한편 CES 2026에서 소개한 'LG 클로이드' 등 로봇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즘 리스크 분산을 위해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와 전기차(EV)·에너지저장장치(ESS) 간 유연한 사업 리밸런싱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ESS 수요를 흡수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출 방침이다.
LG화학은 범용 제품 등 비핵심 자산 정리와 고부가 제품군 확대를 동시 추진하면서 3대 성장동력으로 정한 이차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신약 분야에 힘을 주고 있다.
이 외에도 LG디스플레이는 OLED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면서 애플 등 핵심 고객사와 협력해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시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라이다, 레이더 등 센서기술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관련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린다.
LG그룹 관계자는 "LG는 미래성장 영역이자 글로벌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핵심 기술인 AI·바이오·클린테크 사업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룹 사업 전반에서 구조적 턴어라운드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주경제=조성준 기자 critic@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