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역시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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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역시 공짜 점심은 없다

"스마트폰이 내 대화를 엿듣고 있는 것 같아"라는 증언을 곧잘 듣는다. 어제 친구와 도쿄에 관해 이야기 했는데 그 이후 일본여행 광고가 뜨고, 재테크 얘기를 한 후 가상화폐 광고가 자주 뜨더라는 식이다. 터무니없는 의심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1월 애플은 9500만달러(약 1400억원) 합의금을 일부 고객에게 지불했다. 애플의 인공지능(AI) 비서 시리(Siri)가 이용자 대화를 엿들었다는 집단소송 때문이다. 소장에는 나이키 신발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사례가 들어 있었다. 두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얼마 후 본인의 아이폰에서 관련 광고가 잇따라 노출됐다는 것이다. 애플은 합의금을 지불하긴 했으나 엿듣기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2024년에는 페이스북의 마케팅 파트너로 유명한 콕스미디어그룹(CMG)의 홍보자료가 유출돼 유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마트폰 마이크로 대화를 수집하고 타깃형 광고에 활용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타깃형 광고란 이용자의 성별, 연령, 관심사, 검색 기록 등을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는 마케팅 전략이다. CMG는 해당 내용에 다소 과장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도 그런 식의 광고 마케팅을 허용한 바 없다고 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모두 부인하지만 의심은 여전하다. 물론 빅테크의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다. 음성을 통한 데이터 수집과 광고 활용이 기술적으로 가능할지라도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스마트폰은 가방이나 주머니 등에 있는 경우도 많다. 24시간 녹음하더라도 소음·수면시간 등 여러 환경을 고려하면 실시간 모니터링·분석은 그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스마트폰은 우리의 생각과 취향을 꿰뚫고, 그에 딱 맞는 광고를 노출하는 걸까. 사실 굳이 대화를 엿듣지 않아도 개개인을 추적할 방법은 많다. 그저 스마트폰을 사서 개통하기만 해도 우리는 추적의 대상이 된다. 모든 개통된 기기에는 광고용 고유 아이디(ID)가 부여된다. 가령 'K261-A14-24H'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 ID는 여러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가 공유할 수 있다. 그래서 네이버에서 '러닝화'를 검색하면 인스타그램이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신발 광고를 보게 되는 것이다. 검색 기록은 물론, 위치, 시간, 단말기의 종류(노트북인지 스마트폰인지) 등에 따라서도 광고가 달라진다.


소비자로서 저항의 수단이 없는 건 아니다. 예컨대 안드로이드 폰 이용자는 설정에서 광고 ID 삭제를 할 수 있다. 아이폰은 '앱에 추적 금지 요청' 옵션을 제공한다. 다만 만족스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광고 ID를 삭제한다고 광고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단지 내 기록, 내 취향과 관계없는 광고와 마주쳐야 한다. 대체로 저속하고 선정적인 광고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광고 ID가 없으면 효과적인 광고가 어려워진다. 광고주 입장에선 큰 투자를 하기 어렵다. 광고의 대상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에 클릭 가능성이 높은 저질 광고가 판을 치게 된다.


이용자는 어느 쪽이든 불쾌감과 마주하게 된다. 타깃형 광고에 정교하게 유혹당해 과소비를 하거나, 추적을 차단하고 저질 광고의 공해에 시달리거나. 무료 인터넷, 무료 앱, 무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무엇이든 '무료' 서비스라면 말이다. 무료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는 자신의 생각과 취향이라는 데이터로 값을 치르는 셈이다. 역시 공짜 점심은 없다.






김동표 전략기획팀장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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