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서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시위대 지원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군사적 해법을 언급해온 기존 기조에서 벗어나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이란과 러시아는 물론 중동 역내 국가들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애국자들이여, 계속 시위하라. 여러분의 (정부)기관들을 점령하라"며 "(여러분을) 살해하고 학대하는 이들의 이름을 남겨라. 그들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난 (이란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무분별한 살해를 멈출 때까지 이란 당국자들과의 모든 회의를 취소했다. 도움의 손길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란이 내일(14일)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하리라는 것을 들었다. 그들이 당신의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나'라는 질문에 "교수형에 대해선 들은 바 없다"면서도 "그들이 그런 일을 한다면 우리는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가장 강력한 조처의 최종 단계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이기는 것이다. 나는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기는 것’의 의미와 관련해 최근 베네수엘라의 철권통치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군사작전으로 축출한 사례와, 집권 1기 당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지난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기습 타격 등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과 교역을 하는 국가들에게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2차 제재'를 발표하는 등 이란 상황과 관련해 통상적·외교적 해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번 발언을 계기로 외교보다 압박과 개입에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며 "그는 '한밤의 망치 작전(작년 6월 이란 핵시설 타격)'과 '확고한 결의 작전(마두로 대통령 체포)'을 통해 자신이 말하려는 바를 증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주(駐)유엔 이란대표부는 이날 SNS 엑스를 통해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과 환상은 정권 교체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제재와 위협, 계획된 소요, 혼란 등은 군사 개입 구실을 만들기 위한 범죄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란 국민들은 자기 땅을 지킬 것이고, 무엇보다도 (미국의 술책은) 또다시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이란 내부 정치 과정에 대한 외부의 파괴적 간섭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란 영토에 새로운 군사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것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그러한 행동이 중동과 국제 안보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군사 개입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는 중동 역내로도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라이벌인 일부 아랍 국가들조차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테헤란 공격에 반대하는 로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카타르 정부는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석유 시장을 뒤흔들고, 결국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백악관에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미군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항행에 차질이 빚어질 위험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동시에 이란 정권 붕괴 이후 자국 내 정치적 후폭풍 가능성도 경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등과는 달리 이란을 상대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군사 행동이 제한적이고 성공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정권 축출 사례를 거론하며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현재 중동 지역에 배치된 미군 전력이 극히 제한적인 데다 지난해 10월 이후 미 해군 항공모함도 단 한 척도 전개되지 않은 상태여서 현실적 제약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미군 병력과 함정이 카리브해로 이동하고, 중동에 배치됐던 주요 방어 시스템이 한국으로 복귀하면서 "군사적 선택지가 1년 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또 공습이나 미사일 타격을 위해서는 인접국 기지의 협조가 필수지만, 이란의 보복 위협 속에 해당 국가들의 협조를 얻기 쉽지 않고, 이란의 미사일 전력과 민간인 피해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란 반정부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지면서 사망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에서 시위 진압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2571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403명은 시위 참가자였고, 정부 관계자도 14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어린이 12명과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간인 9명도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는 현재까지 1만810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전했다.
아주경제=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