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5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정부가 환율 안정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서다.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과 부동산 시장 불안감 등도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통방) 회의를 열어 기존 연 2.5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 이후 5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통방 후 기자간담회에서 동결 배경에 대해 “환율이 중요한 결정 이유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자신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전원이 동결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 동결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연말 외환당국의 구두개입과 국민연금 환 헤지 등 전방위 대책의 영향으로 1480원대에서 1420원대까지 떨어진 환율은 최근 다시 치솟아 1470원 선까지 왔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상승 요인과 관련해 “4분의 3 정도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었다”며 “나머지 4분의 1 정도는 우리만의 요인(수급)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총재는 “환율을 금리로 잡으려면 25bp(1bp=0.01%포인트)로는 안 되고 200bp, 300bp를 올려야 하는데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을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을 통한 환율 조정 가능성은 일축했다. 고환율에 따른 금융위기 우려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대외 채권국이고, 달러가 풍부하다”며 재차 선을 그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최근 유동성이 늘어 환율이 올랐다는 일각의 비판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제가 취임한 후 M2(광의 통화)는 늘지 않았다”며 “한은이 돈을 많이 풀어서 환율이 올랐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국가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GDP(국내총생산) 대비 M2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2∼3배 돼서 유동성이 크다고 하는 이론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환율이 오르며 치솟은 물가도 금리 인하를 피할 수밖에 없는 요소로 작용했다.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10·11월 2.4%까지 오른 가운데 수입물가도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은 점차 목표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이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역시 금리 동결의 배경이다. 정부는 지난해 잇달아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가격 오름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5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직전 주보다 0.18% 올랐다. 지난해 2월 첫째 주 이후 48주 연속 상승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근 6%대까지 치솟고 있다.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넉 달 연속 상승해 지난달 2.89%까지 올랐다. 시중 은행들은 이르면 16일부터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에 지난달 코픽스 금리 상승분(0.08%포인트)을 반영할 예정이어서 대출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뉴스1 시장에선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없다는 전망과 금리 인하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금통위가 이날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 표현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금리를 연 2.50%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