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소비, 주가·고소득층에 의존…주가 충격 시 급락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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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美 소비, 주가·고소득층에 의존…주가 충격 시 급락 위험"

올해 미국 증시 조정 가능성이 일부 제기되는 가운데 주가가 10% 정도 하락하면 미국 국민의 연간 소비 증가율이 0.3%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 이상 급락할 경우 1.7%포인트가 떨어져 하락 폭이 더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미국의 소비구조가 고소득층 지출에 의존하고 있어 충격 발생 시 경기가 급락할 위험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16일 경제상황 평가 '최근 미국 소비의 취약요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는 미국유럽경제팀 정희완 과장, 이승민 조사역, 이나영 조사역, 곽법준 팀장이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 미국의 개인소비는 2% 수준의 완만한 증가흐름을 이어갈 전망이지만 ▲고물가와 고용 악화로 인한 가계 구매력 위축 ▲계층별 경제 양극화라는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


계층별 경제상황을 보면 고소득층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동성이 초과 누적된 데다, 최근에는 주식시장 호황의 수혜도 집중돼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소득 상위 20%가 가계보유 주식의 87%를 차지하면서 소비여력이 편중된 결과다. 반면 저소득 가계는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와 이자상환 부담에 직면하면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재무상황이 오히려 악화되며 소비여력이 줄었다. 저소득층의 소비 비중이 높은 필수재는 2024년 이후 누적 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하고, 이들의 이자부담은 2021년 대비 2.2배 늘어 고소득층 증가율(1.7배)을 상회하고 있다.


이런 경제력 양극화는 충격 발생시 급격한 소비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한 잠재적 취약요인이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특히 지난해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소비를 0.4% 늘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주가 조정이 발생할 경우 고소득층의 늘어난 소비가 되돌려지며 소비 위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고소득층은 내구재, 기억재 등의 소비 비중이 높아 소비 변동성이 큰 편이다.


과거 데이터를 통한 분석 결과 주가가 10% 하락하면 소비 증가율이 0.3%포인트 하락하고, 30% 이상 급락하면 1.7%포인트 내려앉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닷컴 버블과 같은 주가 급락 시에는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평소보다 3배가량 확대된다는 얘기다. 보고서를 대표 집필한 정희완 과장은 "닷컴버블 붕괴 때는 그 이전의 양호한 고용과 주택시장 상황이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했다면, 현재는 고물가 하에서 주택시장과 고용 모두 둔화하고 있어 가계의 완충 여력도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가계의 구매력이 약화된 것도 하방 리스크다. 이미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고용 둔화와 물가 상승으로 증가세가 감소했다. 지난해 취업자수 증가 규모는 월평균 4만9000명 전년(16만8000명) 대비 크게 둔화했다. 물가상승률은 관세인상으로 지난해 4월 2.3%에서 9월 3.0%까지 확대됐다. 그 결과 실질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1~9월 전년 동기대비 1.8% 늘어나는 데 그치며 과거 평균(2.4%)을 밑돌고 있다.


가계 구매력은 앞으로도 완만하게나마 증가세를 이어가겠지만 변수는 있다. 고용 측면에서는 통계 과대계상, AI 기술발전, 이민제한 강화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대두된다. 물가 측면에서도 관세의 가격 전가가 나타나고 수요 압력도 확대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최근 들어 빠르게 하락했지만 향후 실제 소비 둔화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연구팀은 판단했다. 최근의 심리지수 하락은 가계의 실제 소비 여건과 별개로 정책 불확실성 등 순수 심리적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과거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경제 펀더멘털과 구분되는 순수 심리충격은 소비심리 변화를 유발하지만, 실제 소비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희완 과장은 "이를 종합할 때 올해 미국의 개인소비는 심리 위축이 실제 소비둔화로 나타날 가능성은 낮지만 가계 구매력이 훼손될 리스크가 잠재해 있고, 소비도 변동성이 큰 주가와 고소득층 지출에 의존하고 있어 충격 발생 시 경기 급락이 초래될 위험성은 커졌다"며 "우리 경제도 미국의 AI 투자, 가계 수요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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