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꾸벅꾸벅’ 방치했다간…알츠하이머 위험 70% 폭증

글자 크기
점심 먹고 ‘꾸벅꾸벅’ 방치했다간…알츠하이머 위험 70% 폭증
영국 연구팀, 35만명 등 데이터 분석 공복혈당 등은 알츠하이머와 관계 없어
식사 후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Blood sugar spike)’가 있을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약 70% 가까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공복 혈당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치매 예방에 한계가 있으며, 식후 혈당 변동폭 관리가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15일(현지시간) 의료계에 따르면 영국 리버풀대 빅토리아 가필드 교수 연구팀은 의학 저널 ‘당뇨병, 비만 및 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최신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40~69세 성인 약 35만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공복 혈당, 인슐린 저항성, 식후 2시간 혈당 등이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식사 2시간 후 혈당이 높게 유지되는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6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통상적인 당뇨병 진단 지표로 활용되는 ‘공복 혈당’이나 ‘공복 인슐린’, ‘인슐린 저항성’ 등은 알츠하이머병 위험 증가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과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전반적으로 혈당이 높은 상태보다 식후에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현상이 뇌 건강에 더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위험 증가가 눈에 보이는 뇌 손상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뇌 영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식후 고혈당 그룹에서 뇌 용적 감소나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해마의 위축, 백질 손상 등 구조적인 변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식후 고혈당이 뇌의 크기를 줄이거나 물리적 손상을 입히지는 않지만 영상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미세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환자와 중장년층의 치매 예방 전략에 수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기존의 평균 혈당이나 공복 혈당 관리에만 의존해서는 부족하며,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식습관과 치료적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가필드 교수는 “식후 고혈당과 알츠하이머병 사이의 강력한 연관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다양한 집단에서 이 결과가 재현되고 검증된다면 당뇨병 환자의 치매 발병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성연 기자 ysy@segye.com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