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아 맞다, 하나금융도 있다. ”
KB금융그룹·신한금융그룹·우리금융그룹. 국내 금융권의 스포츠 마케팅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들이다. 그런데 하나가 더 있다. 하나금융그룹이다.
하나금융은 K리그 후원, 대전하나시티즌·부천 하나은행 운영, 골프단과 대회 개최까지. 스포츠만 놓고 보면 하나금융은 분명 ‘진심’이다. 그러나 스포츠를 명분으로 쌓아 올린 성과와 별개로, 기업의 태도와 문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에 진심이면, 경기장 밖에서도 증명돼야 한다.
먼저, 하나금융은 K리그와 오랜 동행을 이어왔다. 단순 후원을 넘어, 구단 운영에도 적극적이었다. 2020년 2부 리그에 있던 대전시티즌을 인수한 뒤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고, 3년 만에 1부 승격. 지난시즌에는 준우승이라는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축구 마케팅의 확장성도 탁월했다. ‘축덕카드’, ‘대전하나 축구사랑 적금’, ‘하나원큐 축구PLAY’ 등 금융상품과 팬덤을 결합한 사례로는 업계에서도 손꼽힌다. 여기에 함영주 회장과 손흥민의 인연까지 더했다. 2018년부터 이어진 광고 모델 계약은 ‘한국 축구와 함께 간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골프는 하나금융의 또 다른 간판이다. 하나금융골프단을 운영하며 선수 육성과 성과를 동시에 챙겼다. 대표 후원 선수 리디아 고는 메이저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로 브랜드 가치를 세계 무대에서 증명했다. 국내에서 10년간 LPGA 대회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싱가포르에서 국제 대회를 개최하며, 아시아 금융 허브 전략과 스포츠를 결합한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의 ‘그림’만 보면 잘하고 있다. 대신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다른 금융기업인 KB금융그룹·신한금융그룹·우리금융그룹은 인기·비인기 종목을 막론하고 전방위로 활약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또한 이 부분에 주목해 집중적으로 다루는 기사를 작성했다.
이내 하나금융 관계자 연락을 받았다. 스포츠서울이 취재해 작성한 기사임에도 ‘하나금융이 빠졌으니 추가해달라’는 요지다. 기사 구조에 대한 이해는 없었다. 난색을 표하자 돌아온 건 불쾌한 반응이었다. ‘막무가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면 과한 표현일까.
스포츠는 ‘존중’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그 존중이 기사 한 편 앞에서 사라졌고, ‘무례’만 남았다.
순간 하나의 일화가 떠올랐다. 하나금융의 발 빠른(?) 입막음으로 세간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으나, 지난해 6월 열린 골프 대회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일어난 상황이다.
대회장에서 하나금융 계열사 임원과 VIP들의 술판이 벌어진 것이다. 대회가 한창 진행 중인 시간이라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선수와 대회 관계자, 갤러리가 있는 현장에서 벌어진 장면은 후원과 존중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다.
이쯤 되면 질문이 생긴다. 하나금융이 사랑하는 건 스포츠인가, 아니면 스포츠가 주는 이미지인가.
여자농구 하나은행의 반전 서사 등 분명 성과는 있다. 스포츠이기에 승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결과’가 나온다. 그만큼 혹은 그 이상 중요한 것이 ‘과정’이다. 선수는 존중받는 환경에서 성장하고, 팬은 진정성을 느낄 때 남는다. 스포츠 마케팅의 완성은 경기장 안의 성적이 아니라 경기장 밖의 태도다.
스포츠는 국민과 가장 가까운 장르다. 그래서 금융이 스포츠를 택했다. 그만큼 가장 조심스러워야 하지 않을까. 후원은 숫자로 남지만, 문화는 기억으로 남는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