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이미애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17일 한국이민정책학회보에 이런 내용을 담은 ‘조선족과 필리핀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의 저항에서 권리 주체화로’ 논문을 내놨다. 앞서 필리핀 노동자 100명은 재작년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고자 한국을 찾았다.
이 교수 등은 이 가운데 20∼30대 필리핀 노동자 2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5월 설문조사와 면접을 진행했다.
그 결과 사업 초반 6개월간 이들은 세전 월 평균 임금 192만원을 받았다. 주거비와 보험료, 통신비 등을 공제한 실수령액은 118만원에 그쳤다. 2024년 세전 임금 기준으로 한국 월 평균 임금(373만7000원)의 51%에 불과하다.
이들의 당시 시급은 9860원 이었다. 내국인 아이돌보미(1만3590원)나 가사사용인(1만4000∼1만5000원)보다 27∼35% 더 낮게 책정됐다. 주 3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할 때도 주거비 등의 명목으로 월 47만∼52만원의 공제가 이뤄져, 실수령액은 월 100만원 미만이었다.
게다가 아이 돌봄이라는 본래 근로 범위에서 벗어나 집 청소, 설거지, 반려동물돌봄, 영어 교육 등 다른 업무도 맡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이주 가사 돌봄 노동 정책을 세울 때 당사자를 배제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를 근거로 이 교수는 “이들이 사업장을 변경할 때 체류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 삼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며 “저임금 담론을 넘어 아이 돌봄 가치의 재평가를 통해 ‘양질의 돌봄과 일자리’라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아기를 돌보고 있다. 서울시 한편 내년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쿼터가 올해(13만 명)보다 5만 명(38%) 감소한 8만 명으로 결정됐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추진한 외국인 가사관리사(도우미) 시범사업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고용허가제(체류자격 E-9) 외국인력 쿼터 등을 담은 ‘2026년 외국인력 도입·운용 계획안’을 확정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육아 비용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노동부와 서울시가 2024년 9월 시범 도입한 지 약 1년 만에 공식 폐지됐다. 지난해 필리핀 정부와의 협약을 통해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했지만 취지와 달리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임금 수준이 올라갔고 내국인 일자리 침해 논란 등도 불거졌다. 정부는 기존 가사관리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다른 E-9 비자 취업활동기간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