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한창이던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김모(39) 씨는 결제 버튼을 누른 뒤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정말 0원이네요.” 그가 고른 상품은 키즈카페 이용권이었다.
개인정보 유출 보상으로 지급된 쿠팡 구매이용권이 겨울방학과 맞물리며 키즈카페·체험시설 등 가족 단위 소비를 중심으로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SNS 캡처 개인정보 유출 보상으로 지급된 쿠팡의 구매이용권이 방학 시즌과 맞물리면서, 소비의 무게중심이 ‘물건’에서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방학에 딱”…키즈카페·눈썰매 상위권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보상 이용권 지급이 시작된 이후 쿠팡트래블을 중심으로 가족 단위 이용이 빠르게 늘었다. 생필품 대신 아이와 함께 쓸 수 있는 체험형 상품으로 쿠폰을 소진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쿠팡트래블에는 2만원 이하로 이용 가능한 체험 상품이 800여 종 올라와 있다. 키즈카페, 테마파크, 온천·스파, 눈썰매장 등 겨울철 가족 나들이 상품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외출 비용 부담 없이 반나절을 보낼 수 있다”, “방학 일정 하나 해결한 느낌”이라는 후기가 이어졌다.
연극 관람권이나 방탈출 카페, 지역 축제 입장권처럼 평소 망설이던 체험 상품도 함께 주목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할인보다 ‘지금 아니면 못 쓰는 방학’이라는 시간 요소가 구매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반면 1인 가구나 성인 소비자층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숙박 상품은 이용권 적용 후에도 추가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강해 사용률이 높지 않았다. 일부 이용권이 중고거래 시장으로 흘러들어 간 이유다. 중고 플랫폼에는 “트래블 이용권 남아서 판매”, “대신 결제” 같은 글이 잇따랐다.
프리미엄 카테고리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알럭스에는 백화점 브랜드 핸드크림·세정 제품으로 수요가 몰렸다. 정가로는 망설이던 상품이 이용권 적용 후 체감 가격이 내려가자, ‘체험 삼아’ 구매가 이어졌다. 16일 오후 기준 일부 핸드크림과 고가 비누 제품은 일시 품절 상태를 보였다.
서울 강서구의 직장인 박모(33) 씨는 “정가였다면 고민했을 텐데, 이용권 적용 가격을 보니 써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쿠폰이 결정을 밀어준 셈”이라고 했다.
◆쿠팡이츠 ‘반사 효과’, 자영업자 기대감…생필품, ‘실속’으로 귀결
외식 영역에선 쿠팡이츠가 반사 효과를 봤다. 이용권 적용 시 김밥이나 간단한 한 끼를 무료 또는 2000원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담이 퍼지면서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할인 부담을 플랫폼이 떠안아 주문 유입이 늘길 바란다”는 기대도 올라왔다.
모든 상품에 적용 가능한 5000원 이용권은 생필품으로 향했다. 생수, 라면, 화장지, 세제 등 로켓배송·로켓프레시 일부 상품은 결제 금액이 0원 또는 1000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보상 쿠폰은 결국 생활비 절감으로 쓰게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쿠팡은 이용권이 자동 적용되는 상품을 검색 화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신라면 묶음, 대용량 생수, 주방세제 등이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며 ‘정보 경쟁’ 양상도 나타났다.
유통업계는 이번 보상 쿠폰을 단순한 사과를 넘어 소비 패턴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본다. 한 관계자는 “누군가는 체험으로, 누군가는 생필품으로 썼다”며 “쿠폰이 어떻게 쓰였는지가 향후 서비스 전략의 중요한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