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아티스트 퍼니준 “소주는 사람 이야기를 담은 술” [이복진의 술래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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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아티스트 퍼니준 “소주는 사람 이야기를 담은 술” [이복진의 술래잡기]
“예술가가 하는 역할 중에 여러 가지가 있는데 동시대의 모습을 담는 것도 예술가의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주도 문화가 가진 가치를 재발견해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퍼니한(웃긴)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주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KBS 푸드 인문 다큐멘터리 ‘소주랩소디’에서 소주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이야기한 소주아티스트 퍼니준(본명 김완준)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소주랩소디’가 넷플릭스에 방영되면서 그는 대중에 더욱 알려졌는데, 퍼니준은 그보다 먼저 ‘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 책을 통해 소주와 주도에 대해 정리하고 알려왔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어느 날 소주를 마시다가 “소주가 나 같기도 했다”는 느낌을 받으며 소주에 대해 집중하게 됐다.

“소주가 저 같기도 하고, 소주 마실 때만은 편하게 마실 수 있었어요. 소주를 마시면서 서민의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았고, 그런 부분을 알려주고 싶더라고요. 특히 위스키나 와인은 술 자체가 중요해지는데, 소주는 술보다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해지는 부분이 매력적이었습니다. ”

그렇게 소주에 집중하면서 퍼니준은 책을 통해 ‘소주 주도 10단계’를 정리했다.

“소주 주도는 착석에서부터 시작해요. 먼저 자리에 앉고 소주병을 잡고, 소주병을 따고, 상대방에게 권하고, 따르고, 나의 소주잔도 잡고, 나도 소주를 받고, 서로 잔을 부딪히고, 소주를 마시고, 잔을 놓는 것까지가 주도 10단계입니다. 이는 한국인에게 당연한 순서 같지만 소주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새로운 문화죠. 이러한 소주 주도 순서와 방법을 정리해 알려주고 있어요.”

퍼니준은 도서 출판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전시, 강연, 퍼포먼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 문화원 등 다양한 기관과도 협업해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복합 문화공간 로프트웍스에서 진행 중인 ‘마시는 미(米)술관’과도 협업하고 있다. ‘마시는 미술관’은 우리 술을 주제로 한 강연과 시음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전시회다.

퍼니준은 지난 9일 이곳에서 소주와 주도에 대해 강연했다.

“이번에는 전시가 아니고 ‘왜 소주에 주목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소주 마시는 법과 술자리 게임 등을 강의했습니다. 요즘 20대에서 의외로 소주 마시는 방법을 모르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대학교 MT도 줄어들고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선후배와 모이는 자리가 사라지면서 주도를 알려주고 배우는 연결 고리가 끊어진 거죠. 반면 K컬처가 세계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소주를 마시는 법이 알려졌고, 그래서 그 방법을 외국인들이 배우려고 합니다. 물론 한국 젊은 세대도 배우려고 하고요.”

또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술 게임이 다양한 것에 대해선 “소주 자체의 맛과 향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주는 마실 때 술 자체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가 살아온 길,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 이야기를 하다보니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하는 거죠. 반면 위스키는 이 술은 어떤 술이고 어디서 만들었고 어떤 맛이 있다는 등 위스키를 이야기합니다. ”

퍼니준은 한국술이 더욱 세계에 알려질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 꿈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현지 언어로 책을 내고, 전시와 강연을 통해 한국의 주도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해 9월 한국주도문화협회를 만들었고, 민간자격증으로 주도문화사를 준비 중입니다. 기존 ‘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도 ‘슬기로운 소주 생활’로 개정판과 영문판이 다음달에 동시에 나올 예정입니다. 소주와 주도를 더욱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죠.”

그러면서 퍼니준은 “사람이 소주를 마시는 것이지 소주가 사람을 마시면 안 된다”며 “결국 술을 마시고 즐거워야 하는데 싸우거나 나쁜 일이 생기면 독이 된다. 즐거운 소주와 주도를 위해 다들 술을 마시게 될 때를 알고 마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퍼니준은 다음달에도 ‘마시는 미(米)술관’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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