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최강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광주 지역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가 접근성 악화와 운영 시간 미비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광주시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34곳의 쉼터를 지정했으나, 정작 업무가 몰리는 야간에는 문을 굳게 닫거나 찾기조차 힘든 곳에 있어 '생색내기용 전시 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 동구의 한 번화가에서 만난 배달 기사 A씨(40)의 얼굴은 추위 탓에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헬멧 사이로 새어 나오는 입김을 연신 내뱉으며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추워도 갈 곳이 없어요. 커피숍 같은 실내에 들어가는 건 엄두도 못 냅니다. 일이 언제 잡힐지 모르는데 들어가자마자 다시 나와야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수천 원짜리 커피를 시킬 순 없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춥다고 매번 돈을 쓰면 남는 게 없거든요."
A씨 같은 이동노동자들에게 한겨울 추위는 생존의 위협이다. 배달·택배 기사,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종사자를 비롯해 학습지 교사, 가전 수리 기사 등 업무 특성상 야외 활동이 잦은 이들을 통칭하는 '이동노동자'들은 일상적인 '휴식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방송국 3층 구석에 '쉼터'?… 접근성 '제로'

광주시가 지정해 운영 중인 이동노동자 쉼터는 총 34곳.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16일 오전 찾은 남구 양림동 GGN 글로벌광주방송 내 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도심이나 주거 단지에서 다소 떨어진 방송국 건물 내 3층에 있다. 심지어 복도에는 '외부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선명하게 붙어 있었다. 1분 1초가 급한 이동노동자들이 굳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건물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쉴 확률은 없어 보였다.
실제 확인한 쉼터 내부는 불이 꺼진 채 정적만 흘렀고, 탁자와 의자 위에는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으며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모습이었다. . A씨도 "거기 쉼터가 있는지도 몰랐고, 안다 해도 방송국 건물 내부까지 어떻게 들어가겠느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밤샘 노동인데 오후 6시 '문 닫는 쉼터'
지하철 역사 내 쉼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농성역, 쌍촌역, 상무역 등 광주도시철도 1호선 주요 역사에도 쉼터가 마련돼 있지만, 지하에 위치한 특성상 오토바이를 세우고 접근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더욱이 이곳은 일반 시민을 위한 '무더위 쉼터'와 혼용되고 있어 이동노동자들만의 독립적인 휴식 공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운영 시간'이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쉼터 대다수가 공공기관 내부에 있다 보니 공무원들이 퇴근하는 오후 6시 이후에는 문이 굳게 닫힌다. 대리운전 기사나 야간 배달 기사 등 정작 밤사이에 추위와 싸워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러한 졸속 운영의 원인은 '예산 부재'에 있다. 광주시는 관내 공공기관에 장소 협조만 구했을 뿐, 쉼터 관리를 위한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 예산 지원이 없다 보니 장소를 제공한 기관들도 쉼터 관리에 손을 놓고 있고, 자연스레 홍보 부족과 시설 방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와 반면 광주노동권익센터가 운영하는 쉼터 '쉬소'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소한 이곳은 365일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된다. 담당자가 매일 점검을 진행하며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
단순히 장소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 야간 작업자들을 위한 안전조끼, 추위를 견디게 해줄 핫팩, 갈증을 해소할 생수 등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물품들을 비치해 두었고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개소 6개월 만에 5,200명이 넘는 이동노동자가 이곳을 찾았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한 결과다.
광주시 관계자는 "1년에 한 번씩 이동노동자 쉼터를 점검하고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이동노동자들의 휴식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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