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50만원’ 스타트업… 무인기 자수한 청년은 미등록 [밀착취재]

글자 크기
‘자본금 50만원’ 스타트업… 무인기 자수한 청년은 미등록 [밀착취재]
‘北 침투 무인기’ 제작업체 가보니 창업지원센터 사용… 현재 공실 대학 측 “사무실 외 지원 안 해” 임원 등기된 인물은 대표 1명뿐 용의자들 보수단체 꾸준히 활동
북한에 무인기를 날려 보냈다고 밝힌 한 대학원생이 운영한 ‘무인기 개발’ A업체 사무실은 공실이었다. 현재는 대표 한 사람이 임원으로 등록돼 있을 뿐 무인기를 날렸다고 자수한 인물과 이 업체 ‘대북전담이사’로 활동한 인물은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는 2024년 말까지 창업동아리 형태로 대학에서 제공한 사무실을 사용했으며 ‘무인기 개발·제작’ 등을 활동 목적으로 보고했다.
북한에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대학원생이 활동한 A업체가 등록된 서울 광진구 한 대학의 학생지원센터 공유 사무실. 공실인 사무실 앞에는 파티션과 의자 등에 ‘폐기’ 표시가 붙은 채 버려져 있었다 19일 기자가 찾은 A업체의 등기상 주소인 서울 광진구 한 대학의 학생창업지원센터 소유 공유 오피스에는 다른 기업체 4곳의 간판만 붙어 있었다. 공실인 사무실 앞에는 기존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파티션과 의자 등에 ‘폐기’ 표시가 붙은 채 버려져 있었다. A업체 이름은 없었고, 무인기를 개발할 수 있는 장비나 시설 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발급받은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A업체는 2023년 9월22일 설립해 같은 날 등기국에 유한회사로 등록했다. 자본금 총액은 50만원이었다. 학생창업지원센터 관계자는 “2024년 12월까지 총 1년을 지원했다”며 “학교 안에서 무인기나 드론을 날리는 일은 허가되어 있지 않고, 사무실 이외에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실 등은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두 사람이 활동했고, 6개월 활동 후 한 학기 연장을 위해 서류를 낼 때는 대표 장모씨만 있었다”고 했다.

실제 임원으로 등기된 인물은 대표로 알려진 장씨뿐이었다. 그 밖에 장씨의 대학 후배이자 이사로 알려진 오모씨와 대북전문이사로 알려진 김모씨는 등기돼 있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해 6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업체를 만든 배경에 대해 “(2022년)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을 보고 ‘우리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군경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는 16일 장씨를 불러 조사했다. 같은 날 30대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오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무인기를 날렸다고 자수했다.
무인기를 띄운 용의자로 지목된 이들은 꾸준히 보수 성향 단체에서 활동했다. 오씨는 장씨와 함께 통일과 관련한 ‘시민권리퍼스트’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자유경제원 주최 ‘이승만과 김구’ 청년토론회에 학생 신분으로 참석했다.

통일을 주장하는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한반도청년미래포럼’에서 북한팀장을 맡기도 한 김씨는 한 유튜브 채널 방송에 출연해 “북한 애들이 무인기를 한국 쪽에 잔뜩 보냈는데 우리가 아무런 대응 안 한다면 보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오씨가 자수한 내용에 대해 “큰 틀에서 틀린 내용은 아니다”라면서도 “전체적인 수사는 다를 수 있어 현 단계에선 구체적인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글·사진=소진영·윤준호 기자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