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 작가 김재석 그동안 발표했던, 일회용 스테이플러 철심(staple)처럼 효율성만이 극대화 되는 사회 속에 쓰고 버려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The Disposable’, 목적지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는 브레이크 불빛 같은 삶의 파동을 추출해 놓은 ‘Where Are We Going?’ 작품 시리즈에 이어 이번 전시 주제는 ‘Containing 2025’다. ‘containing’은 그냥 ‘담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는 것을 붙잡아 담는다’는 뜻이다. 그 뒤에 있는 숫자는 작품완성의 월, 일, 연도를 나타낸다. 그의 작품을 언뜻 보면 항아리 그림처럼 보이는데, 김 작가는 “진부하게 예쁘고 매끄러운 항아리를 그린 것이 아니다. 예쁨은 아름다움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항아리는 예로부터 오랜 시간 동안 소중한 것을 담아온 그릇이다. 채움과 비움, 시간의 축적을 상징하는 매개체이다. 그러한 항아리의 외형을 캔버스에 재현해 놓은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담는 항아리의 틀을 빌어서, 그 속에 담기는 순간순간의 삶의 소중한 흔적을 캔버스에 추출(abstract)해 놓은 추상화들이다. 항아리의 틀 안과 밖에 추출해 놓는 자유롭고 추상적인 형상들은, 겹겹이 쌓이고 부서지는 색과 형의 층을 만들어 내면서 거친 표면의 질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술 평론가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김재석의 그림들은 순간마다 자기 삶의 일상에서 길어 올린 일련의 단상들이 뜨겁게 표면을 채우고 있다. 그의 그림들은 자기 삶의 동선에서 체험하고 느낀 다양한 것들의 솔직한 고백과 그 고백의 진솔한 형상화의 사례에 속한다. 그는 자신의 모든 생각을 회화로 만들어 낸다. 이 경계 없는 그리기의 자유가 돋보이는 지점이다”라고 평했다.
Containing 101824 91..0cm X116.8cm Mixed Media on Canvas 2024
Containing 050724 49.0cm X 53.0cm Mixed Media on Canvas 2024 김 작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흩어지는 삶의 흔적을 붙잡는다. 삶의 찬란함과 아픔까지도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그 필연 속에서 나는 시간과 기억의 결을 모아 삶의 본질을 캔버스에 담아냈다”고 말했다. 김재석은 홍익대 미술대학원 회화과에서 공부하고 뉴욕 아고라 갤러리 대표작가 (2019년-2022년)를 거쳐 한가람 미술관, 한전 아트센터 등에서 13차례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전시는 10월 30일까지.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