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탄광 속 카나리아’를 애써 외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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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탄광 속 카나리아’를 애써 외면할 것인가

‘영국은 막대한 부채가 있는 세계의 탄광 속 카나리아인가’.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한 기사의 제목이다. 묻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의 입을 빌어 ‘그렇다’는 답을 전한다. 카나리아가 국가부채 위기를 예고(경고)한 국가는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이다.


사실 미국은 영국보다 탄광의 더 앞 쪽에 있는 1호 카나리아다. 진작부터 국가부채 문제로 골병을 앓고 있다. 의회가 정해 놓은 부채한도에 막혀 여러 차례 정부 셧다운 위기까지 겪었을 정도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36조9000억달러다. 최근 상향된 부채한도가 41조달러다. 또 턱밑까지 차오를 것이다. 매번 빚에 치여 헉헉대니,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나라 망신이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자 부담(연 9500억달러)이 크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연준에 금리를 낮추라고 압박(거의 협박)한다. 연준의 독립성은 물건너갔다. 관세 폭격도 국가부채와 무관치 않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관세(올해 3000억달러 추정) 걷어서 빚 갚는데도 쓰겠다고 공언했다.


영국은 2022년 9월 당시 리즈 트러스 총리가 나라 빚을 더 키우려다(확장적 재정정책) 파운드화 폭락 등 금융시장 대혼란을 야기했다. 이른바 ‘트러스 쇼크’다. 이 일로 트러스는 자리까지 잃었다. 최단명 총리(49일)가 됐다. 3년이 지났지만, 영국의 국가부채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다.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치솟으며 이자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정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에 육박한다. 2070년대초에는 27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정 위기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영국은 2호 카나리아 맞다.


프랑스는 최근 정부부채 문제가 가장 급박한 나라다. 3호 카나리아로 손색이 없다. 프랑스의 1분기 국가부채는 3조3460억유로로, GDP 대비 114% 수준이다. 급기야 사달이 났다. 나라 빚을 억눌러 보려던(긴축 예산안 강행) 프랑스아 바이루 총리가 지난 8일 하원에서 불신임돼 물러났다. 국민들은 돈에(재정 중독), 의원들은 표에(재정 포퓰리즘) 매몰됐다. S&P(2024년 5월), 무디스(2024년 12월)에 이어 피치가 지난 12일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사실상 국가부도 사태인 ‘IMF 구제금융’까지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정부의 내년 예산은 728조원이다. 올해보다 무려 55조원이나 많다. 앞으로 4년 간 나라 빚도 연평균 121조원 넘게 불어난다는 게 정부 추정이다. 김민석 총리가 지난 6월 청문회에서 20~30%쯤이라고 잘못 답했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2015년 34%에서 올해 49%, 2029년 58%로 뛴다.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만만하다. “부채로 100조원을 만들었으면 이 돈으로 그 이상을 만들어내서 얼마든지 갚을 수 있다”. 말처럼 쉽다면 왜 많은 국가들이 빚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을까. 걱정이다. 이제 브레이크도 없어진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 기능이 국무총리 산하로 넘어가서다. 세 마리 ‘탄광 속 카나리아’의 경고는 처절하다. 기어이, 애써, 그리고 남의 일인 듯 외면만 할 일은 아니다.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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