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위험 자산 선호 현상 때문에 주식 시장이 상승세를 보인다는 속설이 있다. 1일 DB증권은 '금리 인하 소식에 켜진 주식 경고등'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에 주식시장이 흔들릴 수 있으며 반드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 연착륙이어도 주가 하락한다
경기 경착륙(hard landing) 상황에서는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반대로 경기 연착륙(soft landing)일 경우 주식시장에 부담이 덜 하다는 견해가 있다. 경기 연착륙의 사전적인 정의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플러스권(+)을 유지하면서 하락하는 것이다. 경제 성장이 이뤄지지만 성장률 수치가 낮아진다는 뜻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경기 경착륙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하락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1990년대 말 IT 버블 붕괴 때는 경기 연착륙 속에서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IT 버블 붕괴 시기 미국 실질 GDP 증가율은 전년동기비 기준으로 마이너스권(-)을 기록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IT 버블 붕괴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만약 IT 버블 붕괴 때처럼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높다면 경기 연착륙 상황에서도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금리 인하〓주가 상승'은 오해
주식시장에는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주가가 상승한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경기 악화에 앞서 금리 인하가 선제적으로 이뤄졌을 때만 타당하다. 금리 인하를 미리 할 경우,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의 분모에 해당하는 할인율만 내려가기 때문이다. 분모가 작아지면 전체적인 밸류에이션 수치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가 부진한 이후에 금리 인하가 후행적으로 이뤄지면 주가는 내려간다. 금리 인하가 당장 경기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는 인식이 투자자들에게 퍼지며 주가가 펀더멘탈을 좇아서 하락한다. 강현기 DB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역사적으로 보면 이름난 주식시장 하락 시기 대부분이 금리 인하와 함께 진행됐다"며"IT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 모두 금리 인하 시기에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는 금융시장의 수요 공급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경기 부진 이후 금리 인하는 채권시장의 강세를 유발한다.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흡수되며 주식시장이 약해지는 것이다. 미국채 장기물 금리 하락이 가팔라지는 때에 주식시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고려해야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높고, 경기 연착륙 상황이며, 금리 인하가 후행적으로 진행되면 주식시장을 하락시킬 수 있다. 현재 특히 미국 시장에서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IT 버블 붕괴 이후 가장 높다. 미국 경기는 고용시장 악화와 관세 부담으로 내려갈 수 있다. 그리고 하반기 미국 연준 금리 인하가 예고돼 있다. 작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경기 불안에 의한 금리 인하 논의가 있을 때마다 미국채 장기물 금리의 하락이 진행된 이후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따라서 향후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진행되며 미국채 장기물 금리의 하락이 가팔라질 때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를 고려해야 한다. 강현기 스트래티지스트는 "상대 수익률 제고 관점에서 대응책은 배당주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한미 금리는 유사한 경로로 움직이고 한국 금리 인하 시기에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배당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높으면서도 베타(변동성 수치)가 낮은 업종의 상대적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