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혼인율과 출산율이 상승한 배경에는 인구 구조의 변화와 엔데믹 효과가 있다. 일단 30대 초반 인구의 증가와 함께 코로나19로 미뤄진 결혼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결혼이 늘어나니 덩달아 출산율도 뛰고 있는 셈이다.
실제 1991~1995년생이 30대 초반에 진입하면서 결혼 적령기 인구가 크게 늘었다. 실제로 30~34세 여성 인구는 2020년 6월 약 151만8000명에서 2025년 6월 165만6000여명으로 9%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가 22만 2000건으로 전년 대비 14.8% 늘며 반등세를 보였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연간 발생한 혼인 건수)도 4.4건으로 0.6건 상승했다. 증가세는 남녀 모두 30대 초반에서 두드러졌다. 남성 30대 초반 혼인은 전년보다 23.8%, 여성 30대 초반은 24.0% 늘었다. 여기에 결혼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조사에서 ‘결혼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72.9%를 기록했고 25~29세 여성의 결혼 의향은 1년 새 9%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인구적 기반 확대와 가치관 변화가 맞물리며 혼인·출산 지표 회복의 토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흐름이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서는 전통적 아내상을 동경하는 ‘트래드 와이프(Tradwife)’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남편이 생계를 책임지고 아내는 가정과 육아에 집중하는 1950년대식 가족 모델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소비하는 움직임이다. 인스타그램에서 #trdawife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11만4000여개의 관련 게시물이 게재돼 있다.
경기 불확실성과 생활비 부담 속에서 단순하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확산하는 점에서 한국의 결혼·출산 반등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역설적 회귀’가 사회·경제적 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일자리 안정성, 주거비 상승, 육아·교육비 부담 등이 커지면서 가정과 직장을 동시에 책임지는 방식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차라리 비용을 이중으로 쓰기보다 부부 중 한 사람은 가정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젊은 세대의 피로감도 작용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에 비해 수입이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적인 상황에서 결혼을 하면 돌봄·양육과 사회적 기대치까지 겹쳐진다. 이런 상황에 오히려 단순하고 전통적인 역할로 돌아가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단순히 ‘아내는 집에 있어야 한다’는 강요라기보다 부부가 합의해 선택하는 역할 분담으로 설명된다. 다만 젠더 평등과 여성의 독립성 측면에서 논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맥락이 감지된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혼인 연령대별 구성에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 2024년 연간 통계에서도 남녀 모두 30대 초반 구간의 혼인율이 가장 높았고 해당 연령대에서 절대 건수 증가 폭도 최대치였다.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같이 사는 게 비용 면에서 낫다”는 실용적 결혼관이 확산되는 측면도 있다. 이와 관련 결혼이 출산으로 이어지는 고리도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인다. 2025년 6월 합계출산율은 0.76으로 전년 동월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고 첫째아 비중도 61.7%로 1.5%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혼인 증가세가 실제 출산 지표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신혼부부 대상 초기 비용 완화 정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대전시는 청년부부에게 결혼장려금 1인당 250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충청북도는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하는 부부에게 결혼지원금(100만원)과 작은결혼식 지원금(최대 200만원), 결혼비용 대출이자(연 최대 50만원·최대 2년)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