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기상청은 18일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를 공동으로 발간해 우리나라 기후위기와 관련한 과학적 근거, 영향 및 적응 등 연구 결과를 정리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0년, 2014년, 2020년에 이은 네 번째 발간이다. 전문가 112명이 참여해 한반도를 주제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2000여편의 국내외 논문과 각종 보고서를 집대성했다. 보고서는 ‘기후위기 과학적 근거(기상청)’ ‘기후위기 영향 및 적응(환경부)’ 두 권으로 제작됐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위로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시스 기후위기 과학적 근거 보고서는 한반도 온난화가 더욱 심화해 폭염?집중호우 등 기상재해가 증가하는 추세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엔 더 강하고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과 2023년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각각 14.5℃, 13.7℃로 역대 1, 2위를 기록했다. 1912~2017년 기온 상승률(10년 평균 0.18℃)보다 1912~2024년 기온 상승률(10년 평균 0.21℃)이 더 높아 최근 7년간(2018~2024년) 온난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폭염의 경우 인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확률이 4배 이상 증가하고, 태풍의 극한강수 영역도 16∼37% 확대될 가능성도 제시됐다. 21세기 말(2081∼2100년)에 이르러서는 온실가스 감축 성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공통사회경제(SSP) 시나리오에 따라 이 시기 한반도 기온은 적게는 2.3℃(SSP1-2.6)에서 최대 7.0℃(SSP5-8.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SSP 시나리오는 미래 기후변화 예측 모델로, SSP 1-2.6은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통해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SSP5-8.5는 성장?개발을 우선해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해 탄소 배출이 매우 높을 때를 가정한다. 현재 연평균 8.8일 발생 중인 폭염은 SSP1-2.6의 경우 24.2일이지만 SSP5-8.5일 때는 79.5일(SSP5-8.5)까지 늘어날 수 있다.
기온이 오르는 데 따른 생태계 변화도 우려된다. 기후위기 영향 및 적응 보고서는 현재 기후위기와 토지피복(지구 표면의 물리적 상태) 변화로 조류 개체 수에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조류 중 총 52종의 점유율 변화를 파악한 결과 그중 38%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겨울 철새인 민물가마우지가 여름철에 관찰되고, 여름 철새인 중대백로가 겨울철에 출현하는 등 기존 생태와 시기적 상충이 일어나는 중이다.
한국 주변 해양 표층수온은 전 지구 평균 대비 2배 상승했다. 수산업은 최근 14년간(2011~2024) 고수온을 이유로 3472억원, 저수온으로는 308억 원의 누적 피해를 봤다. 2100년까지 우리나라 주요 양식 밀집 해역의 수온은 약 4~5℃ 상승(SSP5-8.5)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보고서는 올해 하반기 수립 예정인 ‘제4차 국가 기후위기 대응(적응)대책(2026∼2030)’를 비롯해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 각 분야 대응대책 수립에 반영될 예정이다. 아울러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발간 예정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7차 평가보고서에도 이번 보고서에서 정리된 내용이 동북아시아 기후위기 기술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안세창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폭염, 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기후 취약계층 보호가 중요하다”며 “사회 전 부문의 기후대응 역량이 제고될 수 있도록 ‘제4차 국가 기후위기 대응(적응)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김승희 기상청 차장은 “기후위기가 심화함에 따라 각종 기후재난의 발생 양상이 복잡해졌다”라며, “정교한 기후위기 감시·예측을 통해 기후위기 적응정책 수립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고, 우리나라 기후과학계의 연구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보고서 전문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및 기상청 기후정보포털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차승윤 기자 chasy9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