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통일교 총재 구속 여부 신중하게 판단해야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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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에 심장질환 악화… 방어권 보장 필요 자칫 ‘종교 자유 탄압’ 논란 비화할 가능성 특검, “별건수사는 부당” 지적도 유념하길
서울중앙지법이 22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한학자 총재를 상대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한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구속기소)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지난 18일 한 총재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모든 시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종교 지도자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한 총재의 경우 과연 구속 수사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사법부가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관련 법리를 신중히 검토한 뒤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특검팀은 앞서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국민의힘 권성동(구속) 의원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고, 또 ‘건진법사’ 전성배(구속기소)씨를 통해 김씨에게 고가의 보석 등을 전달한 정황을 잡고 윤씨를 구속한 뒤 재판에 넘겼다. 이와 관련해 통일교는 “지금은 교단을 떠난 윤씨 개인의 일탈 행위일 뿐 우리 종교와는 무관한 일”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특검팀은 윤씨의 진술 등을 근거로 그 ‘윗선’에 한 총재가 있는 것으로 여겨 수사 확대에 나섰다. 지난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팀 사무실에 자진 출석한 한 총재는 9시간 넘는 조사 과정에서 그간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으나, 이튿날 특검팀은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총재의 혐의 유무는 향후 재판이 열리면 명명백백히 가려질 것이다.

올해 82세인 한 총재는 2015년부터 심장 관련 질환을 앓아 왔다. 이달 초에는 심장 부위 절제술을 받기도 했다 한 총재가 자진 출석에 앞서 특검팀의 세 차례 소환 통보에 응하지 못한 것은 절제술 이후 몸 상태가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특검팀이 이를 증거 인멸 가능성과 연관지어 구속영장 청구 수순을 밟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향후 영장 심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이 충분히 참작되길 바란다.

한 총재는 한국은 물론 세계 약 160개국에 진출한 통일교의 지도자로 도주 가능성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수사 요건에 해당하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더욱이 헌법 20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해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종교의 자유를 두텁게 보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부산 어느 교회 목사가 “도망의 염려가 있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구속 수감됐을 때 종교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결정으로 종교의 자유 침해 소지가 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앞서 특검팀이 한 총재 주거지와 통일교 본부 등을 압수수색했을 때 미국 정가에서조차 “종교 탄압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것이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뻔했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검팀의 이른바 ‘별건 수사’ 논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팀은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그러면서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교인들이 집단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는 의혹 규명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들었다. 문제는 이것이 특검팀에 주어진 본래 임무인 김건희씨 수사와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검팀은 여론 등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특검법의 입법 취지대로 김씨가 직접 연루된 비리의 환부만 신속하게 도려내는 수사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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