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민간 교류 거부율 尹정부 때 180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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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민간 교류 거부율 尹정부 때 180배 급증
접촉신고 36.5% 반려… 文 때는 0.2% 통일부 내부지침 만들어 사실상 차단 교류협력법 취지 위반… 李정부, 폐지
윤석열정부 시절 통일부의 대북 접촉신고 수리 거부율이 문재인정부의 18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부의 근거가 된 정부 내부지침이 남북 간 교류, 협력을 촉진하는 법률의 취지에 어긋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정부가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기 위한 민간의 대북 접촉 시도를 자의적으로 차단해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관광객이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이 21일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시절 통일부의 북한 주민 접촉신고 수리 거부율은 36.5%에 달했다. 문재인정부 거부율(0.2%)보다 182.5배, 박근혜정부(4.4%)보다 8.3배 높은 수치다. 북한과 접촉하겠다는 신고 건수는 윤석열정부 들어 현저히 줄었지만, 거부 건수는 더 많았다. 통일부가 접수한 북한 주민 접촉신고는 △박근혜정부 1113건 △문재인정부 1946건 △윤석열정부 241건이었는데 수리 거부 건수는 각각 49건, 4건, 88건이었다.

윤석열정부가 접촉 신고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근거는 2023년 6월 만든 ‘북한 주민 접촉신고 처리 지침’이었다. 지침 중에서도 ‘(신청인이) 남북교류협력질서나 국가안전보장을 저해할 우려가 현저한 자’를 주된 거부 사유로 삼았다. 지침 마련 후 거부된 72건 중 71건에 이 조항이 적용됐다. 그러나 이 조항은 상위법이라 볼 수 있는 남북교류협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교류협력과 국가안전보장 등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통일부는 이를 ‘우려가 현저하면’으로 대체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했다. 이 의원은 “명백한 사유가 없어도 수리를 거부할 수 있게 한 ‘만능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지침은 “정부가 접촉신고 수리 거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침”이라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지적에 따라 지난 7월 폐기됐다. 이 의원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요건을 갖추면 신고만으로도 효력이 발생하는 ‘자기완결적 신고제’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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