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국 각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인 미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인천, 대전, 경기도 등지에서 낯선 남성이 어린이를 골목으로 데려가려다 실패하거나, "엄마가 기다린다"는 말로 아이를 속이려다 주변 시민의 신고로 제지당한 사례들이 연이어 보도됐다. 실제 신체 피해는 없었다고 하지만, 정작 피해 아동의 마음은 외면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실제 유인 시도 이후 극심한 불안 증세를 호소하거나, 혼자 외출을 거부하고 악몽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들에 따르면, 범죄 미수 경험조차 아이에게는 '충격적인 기억'으로 저장되며 성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아이의 연령이 낮을수록 위험 자극에 대한 심리적 방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위협적인 경험이 신체적 피해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문제는 이처럼 심리적 피해가 심각함에도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다. 범죄 미수 피해 아동은 법적으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신과 치료나 상담 지원을 받기 어렵다. 초등학교 내 전문 상담교사 인력 역시 제한적이고, 대부분의 학교가 외부 심리 치료기관과의 연계를 갖추고 있지 않아 위기 대응은 사실상 학부모의 책임에 맡겨진다.
법의 미비도 문제다. 아동복지법상 '유인'은 명백한 아동학대 범죄지만, 미수 단계에서는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가해자가 "장난이었다"고 진술하거나 "길을 물어보려 했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으면 처벌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범죄가 완성되길 기다려야만 아이를 지킬 수 있는 것이냐"는 좌절감을 호소한다.
이제는 '피해 없음'을 안심의 근거로 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아동 대상 유인 미수는 '실패한 범죄'가 아니라 '시작된 범죄'다. 사회는 아이가 느낀 공포를 '사건'으로 대우하고, 그 기억이 깊은 상흔으로 남지 않도록 체계적인 심리 회복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우선, 아동 대상 범죄 미수 사건에서도 심리적 피해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범죄 미수의 경우에도 일정 기준 이상의 공포감이나 위협이 인정되면, 피해 아동에게 치료·상담·보호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심리 응급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학교가 사건 발생 직후 학부모와 함께 전문가 상담을 연계하고, 필요 시 지자체나 보건소 등과 협력해 치료를 지원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셋째, 사후 관리뿐 아니라 사전 교육도 실질화해야 한다. 현재 시행 중인 아동안전 교육은 대체로 형식적이며, 아이들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체화하기 어렵다. 보다 구체적인 상황별 대응 훈련, 감정 인식 교육,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피해자가 없었다'는 말은 어른들의 시각일 수 있다. 범죄는 실패했지만, 아이에게는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그 순간 느낀 무력감과 두려움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실행되지 않은 범죄'보다 '시작된 상처'를 먼저 들여다봐야 할 때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 사회가 아동의 안전을 말할 자격이 생긴다.
유병돈 사회부 사건팀장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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