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머네요” 엄살이 아니다… ‘스피드 왕국’ SK, 재설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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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머네요” 엄살이 아니다… ‘스피드 왕국’ SK, 재설계 돌입
사진=KBL 제공
“다듬어야 할 게 굉장히 많습니다. ”

프로농구 새 시즌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희철 SK 감독이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간판스타 김선형(KT)의 자유계약(FA) 이적 및 달라진 선수 구성은 물론, 짧아진 준비 기간까지 겹쳤다. 팀의 완성도를 위해선 초반 시행착오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팀 SK는 그해 정규리그 역대 최단경기(46경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 원동력은 팀 속공(TFB)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7.8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리그 평균 4.3개를 크게 웃돌며 ‘스피드 왕국’으로 군림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SK는 2020~2021시즌 이후 5년 연속 팀 속공 선두를 지켜왔다.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 2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범경기가 방증이다. 이날 SK의 속공 득점은 4개에 그쳤다. 발목인대를 다친 주축 안영준의 공백도 있겠지만,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했던 김선형이 떠난 여파가 가장 크다. 수장도 인정한다. “그전 색깔 그대로는 쉽지 않다. (김)선형이가 빠졌기 때문에 분명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 감독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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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슛과 리바운드 강화를 예고한다. 3점슛 시도(평균 26.6개·7위), 리바운드(평균 37개·4위) 모두 직전 시즌보다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기존의 틀을 버리겠다는 건 아니다. 평균 4.5∼5개 사이 속공을 유지, 여전히 빠른 페이스에서 3점과 골밑을 더 챙겨 공격 옵션을 넓히겠다는 의지다. 이미 일본과 대만 전지훈련을 통해 방향성을 굳혔고, 계속해서 손발을 맞추고 있는 단계다.

변수가 있다. 여기서 안영준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호흡을 새롭게 다듬어야 한다. 개막이 코앞인 가운데 시즌을 치르면서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전 감독은 “시즌 준비 시간이 너무 짧았다. (상황상) 조합 테스트를 많이 못 해봤다. 갈 길이 멀다. 우는소리가 아니다. 올해는 정말 힘들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 얼굴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특히 ‘이적생’ 김낙현은 SK의 외곽 승부에 힘을 보탤 핵심이다. 지난 2020∼2021시즌엔 전자랜드(한국가스공사의 전신) 유니폼을 입고 경기당 3점슛 6.2개를 시도, 40.1%의 성공률을 자랑했을 정도다. 전 감독은 “팀 동료인 자밀 워니와 공간 창출 측면에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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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니 역시 “달리는 농구에 슛 능력이 좋은 김낙현이 합류하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색깔을 합쳐 더 멋있는 팀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가드 오재현은 “당장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호흡을 잘 맞춘다면 지난해보다 훨씬 더 강력한 공격 옵션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감독은 올해로 사령탑 5번째 시즌을 맞는다. 선수 시절까지 합치면 1996년부터 이어진 남자프로농구(KBL) 생활이다. “KBL에 오래 있다 보니 눈높이가 계속 올라간다”는 농담을 꺼냈다.

이어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을 뿐, 선수들의 기량은 의심하지 않는다. 시즌 도중 팀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선수들과 힘을 합쳐 잘 헤쳐나가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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