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긍정적 인연’ 언급… 에이펙 계기 ‘판문점 회동’ 재연되나 [北·美대화 띄운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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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긍정적 인연’ 언급… 에이펙 계기 ‘판문점 회동’ 재연되나 [北·美대화 띄운 김정은]
金 “美와 마주 서지 못할 이유 없다” 밝혀 트럼프, 한·미 회담서 “올해 내 만남” 거론 金 비핵화 배제 조건 달아 성사 미지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1일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좋은 추억”을 언급한 대목은 단연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재집권 후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말한 것에 대한 호응이다. 이제 관심은 상대를 향한 손짓을 주고받은 두 정상의 재회 여부다. 단연 눈길을 끄는 무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을 공표한 다음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다.

2019년 7월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악수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연을 긍정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슷한 표현으로 김 위원장에게 구애의 손짓을 이미 보냈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가졌고, 여전히 그렇다”, “김정은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등의 언급을 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올해 안에 성사시키고 싶다며 시기까지 거론했다.

두 정상의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가정하면 주목되는 무대는 다음달 31일 시작하는 에이펙 정상회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개최 합의를 공표하며 정상회의 참석 사실을 밝혔다.

현재로선 김 위원장이 경주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그가 만남의 전제조건으로 북한 비핵화 포기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는 점을 확고히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은 물론 한국도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를 위해 비핵화에 대한 유연한 접근에 나설 수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목표와는 별개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로 부르기도 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한국 또한 비핵화가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비핵화라는 궁극의 목표를 설정해 두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내세우지 않고 동결부터 시작해 봄직하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핵무기 생산 동결을 합의하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국 내에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남을 결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9년 6월30일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한 방식을 재현하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김 위원장을 향해 ‘만나자’는 메시지를 띄웠고, 김 위원장이 호응하며 예정에 없던 판문점 3자회동이 성사됐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가 ‘결단’을 내릴지 여부에 따라 북·미 정상 간 만남 재개될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의 핵 고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근본적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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