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럽던 의료 현장이 가까스로 제자리를 찾아가는가 싶더니 이번엔 의약품 성분명처방을 둘러싸고 의사와 약사 간 갈등이 확대될 조짐이다. 당장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사단체가 강경하게 반대하며 장외 투쟁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성분명처방은 의사가 의약품을 처방할 때 '상품명' 대신 약물의 '성분명'만 지정하면 약사가 같은 성분의 다양한 복제약(제네릭) 중 하나를 선택해 조제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의사는 처방전에 '타이레놀'이라는 상품명 대신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명을 처방하게 된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두고 진료권 침해와 책임 문제를 제기한다. 의사 입장에선 환자의 상태, 병력, 부작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특정 제약사의 의약품을 선택하는데, 성분명처방이 강제되면 약 선택의 책임이 사실상 약사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같은 효능으로 인정된 제네릭일지라도 품질 차이, 제형·부형제에 따른 환자 반응 차이 등을 고려하지 못해 결국 환자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약사들은 동일 성분의 여러 약 중 환자에게 적합한 제품을 추천할 수 있어 경쟁을 통한 약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유럽의 여러 국가에선 성분명처방과 최저가 의약품 조제 의무화가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환자의 선택권 강화와 약품비 지출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성분명처방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다. 코로나19나 인플루엔자 유행 때마다 감기약, 해열제, 타미플루 등의 치료제가 품귀 현상을 빚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의사의 처방이 특정 의약품에만 집중되는 것을 막고, 제네릭을 통해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동일 성분의 제네릭 조제를 활성화하면 가격경쟁을 통해 약가가 내려가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의사와 약사, 정부가 각각 '환자 편익을 위해서'라며 성분명처방 도입과 반대를 주장하면서도 정작 의료소비자인 환자 입장은 헤아리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약 이름도, 성분명 자체도 생소한데 약의 안전성이나 복용 편의성, 제조사의 신뢰도 같은 핵심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결국 기존에 복용하던 오리지널 약만 고집하거나 약사의 권유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몸이 아픈데 단순히 가격만 비교해 스스로 저렴한 약을 선택할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같은 성분의 약으로 인정된 제네릭도 그 효능은 80~120%까지 벌어진다. 그동안 병원과 제약사 간에 이뤄지던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가 약국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성분명처방 도입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환자가 합리적이고 안전하게 자신이 복용할 약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과다한 국민의 약품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면 처방 방식이 아닌 제약산업 구조조정이나 약가 결정구조 개선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환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의사와 약사의 불필요한 갈등으로 오히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제도는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조인경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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