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계보다 빠르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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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계보다 빠르지 않아도 됩니다

"기계보다 빠르게 작업하는 모습을 왜 미디어에서는 달인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어요. 노동 현장에서 속도와 안전은 공존하기 어렵습니다. "


기획기사 '빵 공장의 죽음'을 취재하면서 산업재해 예방 전문가로 불리는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 공학과 교수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구하다 잠깐 정적이 흘렀을 때였다. "산재 사례를 많이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이 있다"며 서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손이 안 보일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작업하는 달인',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모습이 기계보다 정확하다'는 달인들이 화면에 등장한다. 이들에게 '눈 감고도 할 수 있느냐', '몇 초 만에 이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느냐' 보여 달라는 제작진의 주문도 이어진다. 보란 듯이 성공하면 "과연 달인 인정을 받을만하다"며 칭호를 내준다. 미디어가 공장 노동 숙련자를 소개하는 익숙한 방식이다.


하지만 산재 예방의 차원에서 보면 마냥 감탄만 할 수 없는 모습이다. 혼자서 여러 명의 업무를 도맡다 보면 어딘가 꼭 놓치는 부분이 생기고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빠른 속도는 말할 필요도 없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 기계 작동 속도를 높이면 안전장치는 자칫 '거추장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면의 이야기는 프로그램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다.


어떤 일에 통달한 사람에게 그간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달인의 자리까지 오게 됐나'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물량을 맞추는 일에 쫓기다 자연스레 손이 빨라진 것은 아닌지, 내가 작업을 멈추면 뒷사람이 피해를 보는 구조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등이다. 그러나 미디어에서 '안전의 달인'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지난 18일 화섬식품노조 SPC삼립 지회가 출범했다. 지회장을 맡은 김소영씨는 SPC 삼립 시화 공장에서 12년 일한 베테랑이다. 그는 출범 다음 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쏟아지는 물량을 맞추다 보면 화장실 가기도 어려웠다. 화장실만 제발 가게 해달라고 호소한 적도 있다, 몸살감기로 아파 일찍 퇴근할 수 없겠냐고 하면 왜 바쁜 금요일만 골라서 아프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계가 아니고 사람으로 봐줄 것을 호소한 것이다.


일터에서 인간다움을 찾자며 '재택근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피시 오프' 등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는 시대다. 그러나 공장의 현실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기계보다 빠르다는 달인의 속도는 시청자를 위한 볼거리지만, 안전이 능률이라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은 위험천만하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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