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돌봄,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 어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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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맥]돌봄,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 어젠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돌봄수요는 격증하고 있다. 한국의 노인돌봄은 더 이상 일부 가정의 사적 과제가 아니다. 추정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약 20%, 즉 다섯 집 중 한 집이 노인돌봄의 부담을 직·간접적으로 떠안고 있다. 동거 가족의 수발은 물론, 비동거 자녀도 병원 동행·생활비 보조·응급 대응까지 마음과 지갑을 함께 연다.


그 사이 임금 근로자는 일 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영업자는 장사를 접으면서 국민경제의 저변이 가라앉고 있다. "돌봄서비스 개선이 시급하다"는 말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금은 가족의 헌신이 아니라 제도의 효능을 통해 삶을 지켜내는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때다.


2018년부터 준비해 온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2026년 3월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추진본부를 세우고 통합판정조사, 개인별지원계획을 도입했으며, 전국 229개 시·군·구가 시범사업에 참여했고 내년 본예산도 크게 늘었다.


돌봄, 시대의 화두…구호 아닌 국가 조정력 절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통합정보시스템이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고, 장기요양돌봄·장애돌봄·지자체돌봄이 중복과 사각 없이 맞물리게 하려면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목표는 간명하다. 살던 곳에서, 필요한 모든 돌봄 서비스를, 한 번의 신청과 한 사람의 책임관리로 받게 하는 것. 구호를 넘어 국가적 조정력으로 이를 완성해야 한다.


이 목표를 현실로 만들 실행 전략을 짚어본다. 첫째, 문턱을 낮추자. 어디에 신청해도 접수·조사·연계가 한 번에 끝나는 통합적 접근을 표준화해, 전화 한 통으로 72시간 내 계획 수립, 7일 내 서비스 개시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둘째, 책임을 한 점으로 모으자. 진료·간호·요양·주거·이동을 매끄럽게 잇는 책임사례관리자를 수급자 개인별로 지정해 가족의 '창구 순례'를 끝내야 하며, 가족 대신 국가가 뛰어야 한다.


셋째, 데이터를 공유하자. 장기요양·지자체돌봄·치매안심·응급돌봄체계를 원스톱 플랫폼으로 표준화하고 이를 통합 관리하자. 통합관리의 요체는 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는 장기요양정보를 수요자가 원하면 지자체의 치매안심센터에서도 바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넷째, 사람에 투자하자. 돌봄 인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전문화해 고급 서비스 인력으로 길러내고, 재택의료?방문요양?주야간보호 공동교육을 정례화하자. 돌봄서비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개인의 행복과 직결되는 전문직임으로 초기 기본교육은 물론 지속적인 고도화 교육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돌봄은 장관 아닌 대통령 어젠다여야

문제는 이러한 과제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만의 역량으로는 풀어내기 버겁다는 점이다. 예산과 인력 확충을 뒷받침할 중앙부처, 현장을 책임질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과 민간 공급자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이 일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지만으로 끝낼 수 없다. 대통령 어젠다여야 한다.


한국의 복지정책은 고비마다 대통령의 결단으로 도약해 왔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과 건강보험 통합, 노무현 대통령의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문재인 대통령의 '문재인 케어'와 아동수당도입은 복지제도의 지평을 넓히며 국민의 삶을 바꿨다. 이제 돌봄서비스의 차례다. 돌봄을 대통령 어젠다로 격상해 관련 중앙부처와 전 지자체를 묶는 컨트롤타워를 가동함으로써 본격적인 통합돌봄을 준비하도록 하자.


신청이 쉬워지고 대기가 짧아지며, 퇴원 후에도 집에서 끊김 없는 돌봄이 이어질 때 국민은 주권자임을 체감한다. 가족의 밤이 돌아오고, 삶의 품격이 회복된다. 2026년 3월, 약속이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를 국민이 체감토록 하려면 지금 결단해야 한다. 대통령 어젠다로의 격상이라는 첫 걸음이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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