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법 집행 과정은 한국인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미국 사회를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국경을 넘으려면 합법적으로 넘어야 하고, 들어왔으면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
지난 13일(현지시간)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한미 기자교류 프로그램' 참석차 방문했던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에서 만난 한 공화당 지역당원의 말이다. 그는 예의 바른 태도로 대화를 이어갔지만, 속내에는 한국의 숙련 기술자들을 시골 변두리 양계장 등에 숨어든 불법체류자쯤으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사안을 이해하는 출발점부터 왜곡돼 있었던 셈이다. 이번 방미가 흔들리는 한·미 관계를 조망하고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실체를 확인하려던 목적이었던 만큼, 이들의 진솔한 답변은 안도감과 당혹스러움을 동시에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이른바 MAGA 세력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내놓은 '불법 이민 단속'이라는 표현을 곧이곧대로 믿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사랑이 이들의 눈과 귀를 가려버린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구금된 317명의 한국 근로자 상당수는 B-1(출장용)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다. 관광 목적의 이스타(ESTA)는 논외로 하더라도, B-1은 양국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모호함이 문제였다. 섣불리 '불법 이민자'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좀 더 젊은, 또 다른 공화당원은 "메가플랜트 공사는 미국 노동자가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공백 없이 플랜트 완공까지 해낼 수 있다고도 했다. 단순 막노동이 아닌 플랜트 설비 기술에 대한 몰이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현대차는 이미 2023년부터 조지아 공과대학과 손잡고 미래 모빌리티 연구 및 인재 양성 협력을 시작하는 등 현지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해왔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어디서부터 이런 과정을 설명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었다.
이번 사태가 정치적 이유로 활용됐다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ICE 역시 한국인 근로자 구금 과정을 TV쇼처럼 과장되게 연출해 중계하지 않았던가. 폭력에 가까운 이 과정에 대해 한 미국인 기자는 "모든 건 쇼"라고 했다.
문제는 이번 조지아 사태가 미국이 가진 '신뢰'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는 점이다. 한국만 경악했을까. 일본·대만·독일 기업들도 컨설팅펌과 자문사를 찾아가 "다음 표적은 우리일 수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기업들이 가장 기피하는 게 바로 이 불확실성이다. 설상가상으로 미 정부는 최근 H-1 전문직 비자 수수료를 100배 높인 10만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국 제조업 부흥을 외쳐왔다. 그러나 기술력이 부족한 미국이 의존할 수 있는 건 결국 '외국인 전문가'들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사태 재발 방지를 강조하며 '한국동반자법' 제정을 촉구했지만, 결국 키를 쥔 건 미국 정부와 의회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요구에 호응하며 충실히 대화에 임해왔다. 이제 미국은 이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도록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근로자를 구금하기 위해 사용했던 쇠사슬이 도리어 자신의 목을 죄는 자가당착의 오류에 빠져들지 모른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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