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질환이 있는 20~30대는 비질환자보다 50세 이전에 암 발병 가능성이 20%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젊은 층에서 나타나는 지방간은 대부분 무증상이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예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5일 문준호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세계일보에 “비만이나 고지혈증 등 지방간 위험요인이 있는 젊은 층은 검진을 통해 간기능검사 등 지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지방간이 동반된 경우에는 비만 관련 암에 대해서는 조기 검진이나 정밀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최근 정석송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김원 서울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함께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지방간질환이 있는 젊은 층에서 조기 암 발생 위험이 높아 향후 젊은 지방간질환자를 새로운 암 위험군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간질환은 간세포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는 병으로, 음주뿐 아니라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지방간염과 간경화를 거쳐 간암으로 악화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방간연구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20~30대 기준 지방간질환을 앓는 비율은 2017년 기준 34.3%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20~30대 287만7245명을 대상으로 최장 10년간 암 발병률을 추적했다. 소화기, 비뇨생식기, 호흡기, 내분비 등 전신에 걸친 23가지 암이 포함됐다.
그 결과, 젊은 지방간질환자는 비질환자 대비 50세 이전 조기 암 발병 가능성이 20% 증가했다.
암종별로는 대장암, 신장암처럼 비만이 암 발병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비만 관련 암’에서 위험도가 크게 상승했다. 대장암은 최대 1.32배, 신장암 최대 1.53배, 갑상선암 최대 1.36배, 자궁내막암 최대 3.78배로 젊은 지방간질환자의 상대 위험도가 높았다.
50세 이전에 발생하는 암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공격성이 강해 조기 진단과 치료 여부에 따라 예후가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지방간질환은 대부분 무증상인 만큼 증상을 자각하기 어려워 방치하는 환자가 많다. 조기 검진이나 정밀 검사가 필요한 이유다.
고당류 및 인스턴트 위주의 식사는 지방간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무엇보다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위주의 식사, 과도한 당류 섭취, 음주 등은 간에 지방 축적을 촉진해 지방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만큼, 젊을 때부터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문 교수는 “최근 2030 세대에서 지방간뿐만 아니라 당뇨, 고혈압 등 각종 대사질환의 유병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며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비만을 예방하며 스트레스 관리와 좋은 수면습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성연 기자 y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