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이공계 석·박사에게 각각 연 2000만원, 4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연구비와 주거비도 지원한다. ‘의대 쏠림’ 풍조로 흔들리는 과학·공학 인재 공급 구조를 첨단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이제는 이공계 전성시대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핵심 비전인 ‘3노(NO) 1예스(YES)’ 전략을 발표했다. 학비·연구비·주거비 부담을 없애고(3NO), 과학기술인의 자긍심을 높이는(1YES) 환경을 구축해 이공계 인재가 안정적으로 연구·학업·창업에 전념하며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이공계 인재 확보가 국가와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과제로 부상했다”며 “이에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관련 연구자 수는 중국 41만명, 미국 12만명인 데 반해 한국은 2만명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AI 인물 100인’에서도 한국인은 2명에 그치는 등 글로벌 인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는 단기 처방을 넘어 과학기술 인재가 사회적 인정 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환경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연구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이공계 미래동행 장학금’을 신설키로 했다. 기존 석·박사 과정 중심 지원을 연 지원 금액 석사 2000만원, 박사 4000만원, 박사 후 과정 6000만원으로 확대한다. ‘서울 라이즈 텐(RISE 10) 챌린지’를 추진해 최장 10년간 연구비를 지원하고, ‘이공계 인재 성장주택’도 조성해 주거 부담을 완화한다. 이공계의 자긍심을 북돋기 위해 ‘서울 과학인의 상’을 신설,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낸 과학기술인에게 시상한다. 국제학술대회·소비자가전박람회(CES) 등 세계 무대 진출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시는 과학기술 인재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2022년 ‘대학 도시계획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자연경관지구 내 높이 제한 완화 △혁신성장시설 도입 시 용적률 완화 등의 규제를 개선한 바 있다. 올해 고려대에 준공된 ‘정운오IT교양관’이 그 첫 결실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계약학과)·스마트모빌리티학부(현대자동차 계약학과)의 연구·실험실 등 교육 공간을 갖췄다. 층고를 확장해 실제 반도체 공정 실습이 가능한 최첨단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실험실도 마련됐다. 중앙대, 세종대, 성균관대, 홍익대, 이화여대 등에서도 혁신성장시설 조성을 추진 중이다.
오 시장은 “한 분야의 과학기술이 꽃피기까지는 수십 년에 걸친 국가적 차원의 투자와 집념이 필요하고, 그 결실은 국민 모두의 삶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며 “서울시가 앞장서 이공계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