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성사된 ‘예림 더비’의 결과는? 8500만원 받는 ‘보상 예림’이 연봉 3억7000만원에 페퍼로 옮긴 ‘FA 예림’에 완승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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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성사된 ‘예림 더비’의 결과는? 8500만원 받는 ‘보상 예림’이 연봉 3억7000만원에 페퍼로 옮긴 ‘FA 예림’에 완승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2024~2025 V리그를 마친 뒤 시작된 자유계약선수(FA) 시장. 2019~2020시즌부터 현대건설에서 6시즌 동안 뛴 고예림은 생애 세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첫 FA 자격을 얻었을 때 현대건설로 둥지를 옮긴 뒤 두 번째 FA 때 현대건설에 잔류했던 고예림은 이번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창단 후 네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문 페퍼저축은행이 고예림 영입에 나섰고, 연봉 3억, 옵션 7000만원까지 연봉 총액 3억7000만원의 조건을 내밀어 영입에 성공했다.

2023년 4월에 받은 무릎 수술 여파로 2023~2024시즌에 많이 뛰지 못했던 고예림이지만, 수술 후유증을 벗어던진 2024~2025시즌엔 준주전 멤버로 34경기 91세트에 출전해 138점을 올렸다. 공격력은 한창 때에 비해 다소 약해졌지만, 장점인 리시브는 405개를 받아 36.05% 효율을 기록했다. 리시브 보강이 필요했던 페퍼저축은행에겐 필요한 영입이었다. 다만 몸값이 다소 비싸다는 평가는 피할 순 없었다.

고예림을 빼앗긴 현대건설은 보상선수로 이예림을 택했다. 이예림은 2015~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았던 선수다. 다만 워낙 탄탄한 전력을 보유한 현대건설에선 이예림의 자리는 없었고, 지명 직후 두 시즌 동안 2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7년 방출된 이예림은 대구시청과 수원시청에서 뛰며 실업팀에서 배구선수 커리어를 이어나갔고, 2021년 7월 도로공사에 입단하며 다시 프로무대로 돌아왔다. 도로공사에서 세 시즌 동안 매년 30경기 이상을 뛰며 준수한 리시브 능력을 뽐냈지만, 2023~2024시즌을 마치고 방출된 이예림은 페퍼저축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그리고 한 시즌 만 뛰고 8년 만에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오게 됐다.

FA 이적 선수와 보상 선수의 이름이 공교롭게도 ‘예림’으로 같다보니 앞으로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의 맞대결은 ‘예림 더비’로 불리게 됐다. 여수 KOVO컵에서 처음 성사된 ‘예림 더비’에선 현대건설의 승리였다. 예림이들의 활약에서도 ‘보상 예림’ 이예림이 ‘FA 예림’ 고예림에 완승을 거뒀다.

현대건설은 지난 25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치러진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이하 KOVO컵) 여자부 A조 예선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페퍼저축은행을 3-2(22-25, 25-20, 25-19, 21-25, 15-11)로 꺾고 조별예선을 2승1패로 마무리했다. 이어진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조별예선 경기에서 GS칼텍스가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두면서 현대건설은 3전 전승을 거둔 GS칼텍스에 이어 A조 2위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이어진 KOVO컵 전패 행진을 이번에도 깨지 못했다. 2021년 9월에 창단해 2022년 KOVO컵을 처음 뛴 페퍼저축은행의 통산 KOVO컵 성적은 12전 전패. 장소연 감독 체제 아래에선 2024, 2025년 KOVO컵에서 6전 전패다.

현대건설은 지난 23일 열린 GS칼텍스와의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맏언니이자 팀 전력의 핵심인 양효진이 불의의 무릎 부상을 당했다. 2세트 초반 김다인과 무릎과 무릎이 부딪히는 장면이 나왔고, 다행히 진단 결과는 왼쪽 무릎 염좌로 나왔다.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는 이번 KOVO컵에서 팀내 최고 득점원인 양효진도 쓰지 못하게 된 현대건설로선 남은 선수들이 그의 화력을 메워주는 게 필요했다. 그 역할을 가장 충실하게 해낸 선수가 이예림이었다.

이날 3년차 신예 서지혜와 파트너를 이뤄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전한 이예림은 블로킹 3개, 서브득점 2개 포함 22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34.69%. 팀내 최다득점 타이틀은 23점을 올린 서지혜에게 내줬지만, 수비적인 공헌도에서 훨씬 앞서는 모습이었다. 이예림은 24개의 서브를 받아 에이스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고 10개를 정확히 세터에게 전달해 리시브 효율 41.67%를 기록했다. 리베로로 나선 이영주(30.43%)보다 훨씬 더 높은 리시브 효율이었다. 서지혜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9개의 서브를 받아올렸지만, 서브 에이스를 4개나 허용하는 등 리시브 효율이 17.95%에 그쳤다. 디그에서도 이예림은 리베로 이영주(19개)를 제치고 21개로 가장 많이 받았다. 이예림의 공수에 걸친 활약이 아니었다면 패했을 현대건설이었다.

고예림도 다섯 세트를 모두 소화하며 서브 득점 2개 포함 14점을 올렸다. 다만 공격 성공률이 28.57%에 그쳤다. 리시브 효율도 33.33%(12/33, 서브에이스 1개 허용)으로 나쁘진 않았지만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었다.

‘예림 더비’의 첫 맞대결은 보상선수로 팀을 옮긴 이예림의 완승이었다. 이예림의 올 시즌 연봉은 옵션 포함 8500만원. 반면 고예림은 옵션 포함해 3억7000만원을 받는다. 고예림이 4.35배의 몸값이지만, 첫 더비에서는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다. 두 선수 모두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이 방점이 찍히는 유형의 아웃사이드 히터다. 페퍼저축은행으로선 적어도 이번 KOVO컵에선 거액을 들여 고예림을 영입할 필요가 있었냐는 비판을 피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가올 2025~2026시즌에서는 이번 KOVO컵만큼 ‘예림 더비’가 치러질지는 미지수다. 현대건설의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는 토종 주포 정지윤과 아시아쿼터 쟈스티스 야구치가 유력한 상황. 반면 고예림은 박정아와 함께 주전으로 뛸 것으로 보인다. 주전으로 맞대결하는 것은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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