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여름휴가 때 시드니를 방문했던 기자는 오페라하우스에서 하버 브리지를 건너야 하는 노스시드니 지역으로 이동할 때 시드니 페리를 탔다. 앞서 브리즈번에서도 수상버스 시티캣을 타본 경험이 있던 터라 버스, 메트로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도시의 전경을 구경하면서 이동할 수 있는 수상 교통수단을 선택했다. 출퇴근용, 관광용으로 두루 잘 활용되는 시드니 페리와 시티캣을 보면서 "우리도 곧 생긴다"고 기대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지난 18일 정식운항을 시작한 서울의 첫 수상 대중교통 한강버스는 고비용, 저효율 논란으로 시끄럽다. 명색이 대중교통 수단인데, 마곡∼잠실 28.9㎞ 구간을 편도로 이동하는데 일반 127분, 급행 82분이 걸린다. 게다가 억 단위의 예산과 사업비가 투입됐다. 뭐든지 '빨리 빨리' 못하면 도태될 정도로 생활 리듬이 빠른 대한민국 서울에서 혈세까지 들여가며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보니 사람들은 천천히 가는 대중교통을 곱게 볼 리 없다.
수익성도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한강버스 1회 이용 요금은 교통카드 결제 시 성인 3000원으로 지하철 및 시내버스와 무료 환승도 가능하다. 출퇴근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거나 선착장 내 카페, 편의점 등의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보존하지 못하면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강버스는 비난보다는 칭찬과 응원이 더 어울린다. 모든 대중교통을 '속도'의 기준으로만 평가할 필요는 없다. 여러 번의 환승을 거치더라도 속도가 중요한 사람은 지하철과 버스를,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한강의 여유를 느끼며 이동하고 싶은 사람은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도로 정체가 빈번한 서울에서 한강버스가 가진 장점인 정시성은 출·퇴근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충분한 요인이 다.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측면에서, 도심 교통의 혼잡 완화 대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강버스의 시작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883만명으로 역대 최고치인 시점에 서울의 대표 관광지인 한강을 따라 움직이는 매력적인 관광자원도 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에는 늘 시행착오가 따른다. 운항 초기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문제점들은 개선하고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세계 최대 자율주행 도시로 손꼽히고 있는 중국 우한시도 새로운 교통수단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에 성과를 내기까지는 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로보택시는 2022년 우한시 도로에 투입되자마자 충돌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너무나 느리게 달렸고 자주 멈췄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우한시 도로를 달리는 로보택시를 '바보 로보'라고 불렸다. 날씨 때문에 센서에 이상이 생기는 일도 빈번해 안전 문제는 늘 도마 위에 올랐다. 기존 택시와의 갈등도 심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문제점들이 보완된 400대 이상의 로보택시가 우한시 도로를 달리고 있고, 이를 발판 삼아 중국 전역으로 자율주행 도시가 확대되고 있다.
한강버스 역시 지금은 고비용, 저효율 논란으로 시끄럽지만, 아직 실패와 성공을 결론 내리기에는 이르다. 한강버스가 실패한 실험이 아니라 서울의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꾸준한 개선과 사회적 합의가 뒤따르기를 기대해본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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