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적자기업 솎아내기' 사라진 코스닥

글자 크기
[기자수첩]'적자기업 솎아내기' 사라진 코스닥

코스닥 시장에는 '적자 기업 솎아내기 장치'가 있었다.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5년 연속 적자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는 조항(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이었다. 이 조항은 2022년 사라졌다. 벤처·바이오 기업의 성장성을 배려하자는 취지에서 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3년이 흐른 지금, 폐지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 제도가 존재할 때의 장점은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우선 자본시장의 정화 기능이다. 성과 없는 기업을 걸러내면서 시장의 질적 수준을 높였다. 또 투자자에게는 경고등 역할을 했다. '이 기업은 오랫동안 수익을 못 내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신호였다. 경영진 입장에서도 흑자전환 압박이 컸다. 구조조정, 사업 다각화, 신사업 모색 등 체질 개선을 위해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도 폐지 이후 시장의 풍경은 달라졌다. 실질적인 사업성 없이 자본시장에서만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늘어났다. 신규 자금조달을 통해 연명하거나, 각종 테마성 이슈로 주가만 부풀리는 사례가 반복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연속 적자'라는 명확한 위험 신호를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관리종목 지정 요건이 느슨해지면서, 주식 초보 투자자들이 위험을 간파하기 힘든 구조가 된 것이다. 코스닥 전체의 신뢰도 역시 떨어졌다. 시장을 신뢰하지 못하면 궁극적으로는 자금 공급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물론 과거 제도가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업종별 특성을 무시하고 일률적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은 문제였다.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바이오 기업이나 신기술 기업을 단순히 '적자'라는 이유만으로 솎아내는 것은 성장 가능성 자체를 무시한 처사였다. 장기적으로 기업을 지켜보려는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도적으로 침해한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 솎아내기'와 '무조건 유지' 사이의 균형이다. 예컨대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차등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바이오나 IT 벤처 기업은 영업손실 대신 영업현금흐름, 임상 단계, 연구개발 성과 같은 지표를 보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제조업·서비스업 기업은 기존처럼 영업손실 연속 여부를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다.


또 투명한 정보 제공도 필요하다. 단순히 상장 유지 여부만으로 기업의 건전성을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잠재적 좀비기업 리스트'를 주기적으로 공시한다면, 시장 참여자가 스스로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정부나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퇴출을 결정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이다.


혁신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 개정이 결과적으로 좀비기업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면, 이제는 다시 균형을 잡아야 한다. 혁신의 싹은 지켜내되, 지속적으로 투자자 피해를 낳는 기업은 과감하게 솎아내야 한다. 규제와 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한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하루 3분, 퀴즈 풀고 시사 만렙 달성하기!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