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홀 0.5m 빗나간 퍼트에 독기 오른 윤이나, 빌린 퍼터로 순위 41계단 끌어올린 사연[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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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홀 0.5m 빗나간 퍼트에 독기 오른 윤이나, 빌린 퍼터로 순위 41계단 끌어올린 사연[비하인드 스토리]
윤이나가 2025시즌 K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26일 대회 2라운드를 마친 후 스탠딩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여주=권영준 기자 윤이나가 지난 25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CC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1라운드 1번홀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KLPGT 제공 “스승님 퍼터 뺏어왔어요.”

신의 한 수였다. 지독하게 홀컵을 빗나가던 퍼트가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윤이나가 2025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순위를 41계단이나 확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윤이나는 26일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6779야드)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2라운에서 보기 1개를 기록했지만, 버디 4개를 몰아쳤다. 전날 3오버파로 주춤하며 공동 52위까지 밀려났던 윤이나는 이날 타수를 줄이며 중간 합계 이븐파 144타로 공동 11위에 올랐다.

윤이나는 전날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1개를 성공했지만,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를 기록하면서 3오버파로 부진했다. 전체적으로 샷이나 퍼트 모두 감각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한숨이 절로 나올 만큼 퍼트가 빗나갔다. 실제 윤이나는 1라운드 18홀 중 11개 홀에서 버디 기회를 잡았다. 1번 홀(파4), 3번 홀(파4), 4번 홀(파5), 6번 홀(파4), 7번 홀(파5), 11번 홀(파3), 12번 홀(파4), 13번 홀(파4), 16번 홀(파3), 17번 홀(파4), 18번 홀(파5)이 모두 버디 기회였다. 하지만 모두 파로 마무리했다.
윤이나가 지난 25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CC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1라운드 1번홀 그린에서 퍼팅 라인을 살피고 있다. KLPGT 제공 이 11개 홀의 공통점은 버디 퍼트가 모두 0.5m 안쪽으로 빗나갔다. 1번 홀 2.4m 퍼트가 0.5m 빗나갔다. 4번 홀에서는 10m 버디 퍼트가 홀컵 0.3m 떨어진 지점에 놓였다. 7번 홀 2.6m 버디퍼트가 또 0.4m 비껴갔다. 버디퍼트가 0.5m 비껴간 11개 홀 외 14번 홀(파4) 역시 7m 버디퍼트도 0.8m 빗나갔다. 총 12개 홀 중 3분의 1만 버디에 성공했어도 1라운드 공동 10위까지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더블보기를 기록했던 퍼트가 홀컵을 반바퀴 돌아서 나왔다. 멘털이 흔들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10번 홀에서 시작한 윤이나는 전반 9개 홀에서 노보기에 버디 1개를 기록하는 무결점 플레이를 선보였다. 특히 1, 2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챙겼고, 3번 홀에서 보기로 주춤했으나, 다시 4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기어코 전날 3오버파를 모두 지웠다. 이후 코스를 모두 마치 때까지 이븐파를 유지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윤이나는 1라운드 종료 후 대회가 열리는 블루헤런 골프클럽 인근 페럼 클럽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 참가 중인 김봉섭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김봉섭은 윤이나가 초등학생 시절 골프를 지도해 준 스승님이다. 퍼트가 머릿속에 가득했던 차에 스승님을 만나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윤이나는 “퍼터 얘기를 하다가 프로님이 가지고 계신 스페어 퍼터를 가져왔다. 사실 뺏어왔다”고 활짝 웃은 뒤 “오늘 퍼팅이 굉장히 잘 됐다. 프로님이 주신 퍼터 덕분”이라고 전했다.
윤이나가 26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CC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순위를 41계단이나 끌어올리며 공동 11위로 마쳤다. 라운드를 마친 후 스탠딩 인터뷰에서 답하고 있다. KLPGT 제공 도약을 노린다. 이번 대회는 코스가 개막 전부터 스코어 관리가 힘들 정도로 어렵다는 예상이 나왔고, 실제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1라운드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17명이 그쳤고, 노보기를 기록한 선수는 100명이 넘는 참가 선수 가운데 이예원, 방신실, 홍현지, 홍지원 등 4명이 전부였다. 이븐파를 기록한 윤이나가 전날 공동 52위에서 이날 공동 11위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다.

윤이나는 “최근 러닝을 시작했다. LPGA 투어를 경험하면서 체력적으로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경기 없는 날은 5㎞, 있는 날은 3㎞를 루틴하게 뛰고 있다”라며 “그래서 체력적으로 문제는 없다. 잔디 적응이나 샷 감각도 좋아지고 있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에 대한 간절함도 전했다. 지난해까지 하이트진로 후원 선수였던 그는 “친정 같은 대회다. 정말 좋은 성적으로 우승하고 싶다”면서도 “우승하고 싶다고 쉽게 되는 건 아니더라. 일단 눈앞의 상황을 하나씩 최선을 다하다 보면 마지막 날 세리머니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여주=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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