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회 동물보호의 날 축제 동거동락 개막식을 찾은 반려견이 보호자의 품에 안겨 있다. 박재림 기자
지난 26일 동물보호의 날 축제 동거동락 개막식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네 번째), 김예지 국회의원(왼쪽 세 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재림 기자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큰 걸음을 내딛었다. ”
법정기념일 ‘동물보호의 날’ 제정을 기념하는 제1회 동물보호의 날 축제 ‘동(動)거동락’이 26~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정부의 동물 관련 정책과 국가봉사견을 알리고 동물보호단체, 반려동물 산업체 및 학계의 동향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부산시와 공동으로 이번 행사를 주최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송미령 장관은 지난 26일 개막식 축사에서 동물보호의 날 제정이 갖는 의미를 짚은 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가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사회”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매년 10월 4일을 동물보호의 날로 정했다. 올해 그 첫 날을 맞이하는 가운데 ‘동물보호를 넘어 동물복지로 대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국제적으로도 1931년부터 이날을 세계 동물의 날로 칭하며 동물의 권리와 복지를 높이고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한 활동을 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 나라를 위해 헌신한 국가봉사견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농식품부 검역본부 탐지견, 국토교통부의 철도경찰 탐지견, 관세청의 세관 탐지견을 비롯해 국방부의 공군 및 육군 군견, 경찰청의 경찰견, 소방청의 119구조견이 활동 시범을 보였고 방문객과 포토타임도 가졌다.
국가봉사견과 핸들러들이 동물보호의 날 축제 개막식 무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재림 기자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군견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다. 박재림 기자 국가봉사견 핸들러 등 관계자들은 은퇴견들의 민간 입양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보통 국가봉사견은 8~10세까지 활동하다 은퇴하는데 수년 전부터 정부와 각 기관에서 이들이 반려견으로 제2의 견생을 살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최근 국가봉사견의 처우 개선과 은퇴 후 지원을 위한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김예지 국민의힘 비례대표도 안내견 태백이와 이날 행사를 함께했다.
경찰견이 핸들러와 함께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박재림 기자 동물등록제, 개식용 종식, 사육금지제,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선정 같은 정부 각 부처 현재 시행 및 활성화 중인 정책도 알렸다. 특히 동물등록제의 경우 이날 협약을 맺은 카카오와 함께 ‘모바일 펫 신분증’ 활성화를 꾀한다. 많은 방문객들이 카카오 부스에서 동물등록번호가 포함된 반려동물카드를 만들었다.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카카오톡과 연계되는 만큼 유실·유기동물 발생을 줄일 수 있고, 오픈톡방에서 반려인 모임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동 주최처인 부산시는 지역 유기동물 입양과 반려견 순찰대를 홍보했고, 반려견과 함께 요트 및 캡슐열차를 탈 수 있는 지역 특화 레저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26일 요트 행사는 반려가족 20팀이 요트를 빌려 광안리 밤바다를 즐겼고, 27일에는 30팀이 해운대 명물인 캡슐열차에 탑승해 추억을 쌓았다.
부산시의 반려견 동반 요트 탑승 행사에 참석한 반려가족들. 부산시 반려동물과 제공
부산시의 반려견 동반 캡슐열차 탑승 행사에 참석한 반려가족들. 부산시 반려동물과 제공 부산 북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2023년부터 진행하는 ‘도그워커’ 사업도 인상적이었다. 장애 및 사회적 편견으로 경제 활동이 어려운 발달장애(지적장애)인이 반려인을 대신해 반려견 산책을 맡는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부터 장애인일자리 사업 우수일자리 최우수기관으로도 선정됐다.
이지원 북구장애인복지관 재활 상담사는 “2023년 부산시-부산장애인일자리통합센터 주최 공모전에서 1위로 선정돼 2023년 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전국 최초로 도그워커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HD현대의 후원을 받고 있다”며 “전문 강사를 섭외해서 반려견 산책법을 교육하고 반려견에 대한 애정도 등을 평가해서 도그워커를 선정한다. 현재 약 10명이 활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2년째 도그워커로 생활하는 24세 김규환 씨는 “처음으로 가져본 직업”이라며 “매일 강아지들과 산책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 견주님들도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그워커가 강아지를 품에 안고 있다. 도그워커는 발달 장애인이 반려견 보호자를 대신해 강아지의 산책을 시켜주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부산북구장애인복지관 제공 이번 행사는 일반적인 반려동물 개와 고양이뿐 아니라 실험동물, 상괭이(돌고래), 바다거북, 사육곰, 농장동물에도 주목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비글구조협회, 유엄빠 등 16개 동물보호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전진경 카라 대표는 “동물복지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것 같아 격세지감”이라며 “조금 늦은 감도 없지는 않지만 시작이 됐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변규민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콘텐츠마케팅 팀장도 “나라에서 동물 복지에 관심을 보이니 기쁘다. 앞으로 실효성 있는 법 제정을 기대하겠다”며 “동물단체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생긴 것도 좋다”고 말했다.
미래의 반려인인 어린이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도 눈에 띄었다. 동물복지그림 그리기 대상을 받은 초등학생 조연서 양의 작품 등 대회 수상작이 전시된 가운데 반려동물 체험장이 마련돼 전문가로부터 반려상식과 펫티켓 등을 배우고 체험했다. 키자니아가 함께한 직업체험 부스에서는 수의사, 행동지도사 등 반려동물 관련 직업 체험이 이뤄졌다. 반려동물 케어 전문가를 체험한 5살 조서경 어린이는 “9살 강아지 행복이 오빠가 아파서 돌봐줄 때와 비슷했다”며 웃었다.
어린이가 반려동물 케어 전문가 직업체험을 하고(왼쪽) 받은 임명장을 든 채로 웃고 있다. 박재림 기자
반려동물 관련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 박재림 기자 약 50개 펫 산업체 및 브랜드도 이번 행사에 동참해 동물 복지와 연관성이 높은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했다. SK텔레콤은 2022년부터 상용화 중인 인공지능(AI) 기간 동물의료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에 더해 다음달 출시 예정인 반려동물 AI 서비스앱 ‘에이닷 펫’을 알렸다. 네츄럴코어, 우리와, 로얄캐닌 등 펫푸드 업체는 건강 상태, 나이 등에 따라 맞춤으로 급여 가능한 다양한 제품과 유기동물 보호소 기부와 같은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했다. 이동식 펫 장례 서비스 업체 젠틀펫 등 반려동물 장례 관련 협회와 기업들은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는 장례문화를 홍보했다. DB손해보험은 펫보험을 알렸고, 풀무원, 대상, 참프레 등 식품업체는 동물복지식품을 소개했다.
반려동물학과를 운영하는 학교들도 부스를 차렸다.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단과대학을 운영하는 동명대를 비롯, 대구한의대, 연암대, 부산여대, 신라대, 경남정보대, 세연고 등 8개 학교가 학계를 대표했다. 김수진 동명대 반려동물학과장은 “행동교정, 미용, 장례, 펫푸드,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려동물 전문가를 양성 중”이라며 “특히 반려동물의 마지막 복지라 할 수 있는 펫 장례의 경우 시장 1위 브랜드(포포즈)와 손잡고 장례지도자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부산의 반려동물 홍보대사로 위촉된 설채현 놀로 행동클리닉 원장의 특별강연과 상담, 반려동물 전문 사진가(룩앳마이테일필름)의 강의 등 방문객 클래스도 다양하게 펼쳐졌다.
동물보호의 날 축제 동거동락을 찾은 반려견 해피와 반려묘 하루가 반려동물 유모차를 타고 있다. 박재림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부스에서 진행한 편지쓰기 이벤트에 참가한 반려인의 편지. 박재림 기자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약 1만2000명, 그리고 1000마리 이상 반려견 반려묘가 방문했다. 반려견 그림&소리와 함께 이번 행사를 찾은 최진영 씨는 “부산시민으로서 이런 뜻 깊은 축제가 우리 지역에서 열려 자랑스럽다”며 “그림이와 소리도 유기견 출신이다. 유기동물 입양이 자리 잡는다면 동물복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세상의 동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우리나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반려견 해피, 반려묘 하루와 함께 방문한 60대 노부부는 “이것저것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아서 좋았다”며 엄지를 세웠다. 동물복지 관련 진로를 준비 중이라는 대학생은 “고양이 넷을 모시는 집사이기도 하다. 동물복지에 관해서 많은 것들 보고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