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26일 오후 8시쯤 삿포로시 니시구에 있는 헤이와큐로(平和丘陵)공원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 중이던 40대 남성이 곰에게 습격 당했다. 화장실 뒤에서 불곰 두 마리가 나타났는데, 그 중 키가 2m가량인 곰한테서 공격을 받아 오른쪽 팔을 다쳤다고 한다. 피해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져 입원했지만 생명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도 무사했다.
홋카이도 노보리베츠 곰 공원의 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사건이 일어난 곳은 산기슭에 위치한 공원으로, 놀이기구와 전망데크 등이 설치돼 있다. 공원 근처에 사는 30대 남성은 신문에 “집에 있는데 밖에서 짐승 같은 울음소리와 함께 ‘살려주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2층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자 동물 두 마리가 공원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며 “이 주변은 사슴이 자주 출몰해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놀랐다”고 말했다.
나머지 곰 한 마리는 신장 1m 정도 크기로 두 마리는 어미 곰과 새끼 곰 사이인 것으로 추정됐다. 어미 곰이 곧바로 남성한테서 떨어진 점으로 미뤄 인간이나 주거지 음식물에 대한 집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주변 산림에는 곰의 먹이가 되는 식물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 곰의 분변이 발견돼 조사한 결과 호두 등 나무열매가 일부 포함돼 있었고 대부분은 풀이었다. 사람을 발견하고 놀라 똥을 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시당국은 “아기 곰을 지키려는 어미 곰의 보호 본능에 의한 것으로, 적극적으로 사람을 해칠 의사는 없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새끼 곰은 남성이 습격당한지 약 1시간 후에 근처 노상에서 목격됐지만, 이후 자취는 확인된 바 없다. 시당국은 27일 오전 사냥꾼, 경찰관 등과 함께 공원 주변을 수색했으나 곰의 새로운 흔적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시는 공원을 당분간 출입 금지 조치하고 경찰 등의 협조를 얻어 경계를 계속할 예정이다.
일본은 최근 곰이 인간 거주지에 나타나 사람을 해치는 일이 빈발해 9월부터는 기초단체장 판단으로 도심지에서도 엽총을 이용한 곰 포획을 가능케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전국 곰 출몰 건수(통계를 내지 않는 홋카이도와 곰 서식지가 없는 규슈·오키나와 제외)는 7월까지 1만2067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2023년 같은 시기의 8536건보다 1.4배가량 증가했다. 올가을엔 곰의 주식인 도토리 흉작이 예상돼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