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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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먼톡]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나날들

아침에 눈을 뜨고 햇살을 맞으면서 "와우 오늘도 멋진 하루"라고 속삭일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나날이고 행복한 삶이겠는가? 케데헌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K-컬쳐가 글로벌 문화의 한 장르를 창조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가 날개라도 단 듯 두둥실 춤추게 한다. 그런데도 어깨춤을 멈추게 하고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일들이 여기저기에 있다.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건 부끄러움이다. 계엄이 선포되는 황당함과 총을 든 군인이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중개가 되면서 "정말 한국이 이런 나라야?"라는 비아냥거림에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았는가? 그나마 군병력의 투입에도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과 국회의 재빠른 계엄 해제 결의로 보여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우리의 부끄러움을 어느 정도 가려주었다. 이어 탄핵과 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부끄러운 한국은 이제 더 없고 K-컬처로 추앙받는 자랑스러운 한국만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가.


우리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을 우울하게 하는 볼썽사나운 일들이 하루가 멀다고 벌어져 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조사를 거부하고, 속옷 차림으로 저항하다 못해 강제로 체포하려는 과정에서 통째로 들어 올려진 의자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참으로 굴욕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남은 권위와 품격까지 끝 모를 깊은 바닥으로 함께 떨어져 완전히 사라졌다.


함께 추락한 건 윤 전 대통령의 품격뿐 아니라 국격이었다. 특검팀은 속옷 바람으로 바닥에 누운 전 대통령 그림까지 공개했고 그 모습은 외신을 타고 전 세계의 가십거리 조롱거리가 되었다. 망신을 당한 것은 한국이고 한국 국민이 아닌가? 전직 대통령도 특검팀도 품위를 지켜야 할 공인으로서 책임을 저버린 게 아닌가?


부끄러운 일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김건희 전 영부인의 명품시계와 보석, 가방을 둘러싼 그간의 의혹이 하나하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어찌 부끄러움을 모르는가? 더욱 믿기 어려운 것이 무속인의 개입이다. 원래가 사람이 연약한 존재이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을 갈망하고 때로는 초월적인 존재나 무속에 의지하여 정서적 위로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다만 개인적인 차원에 국한된다. 도대체 국가적인 일을 무속인에 의지하였다는 것이 무슨 일인가?


부끄러운 일들은 과거에 거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은 균형과 견제임은 자명한데 그 근간을 흔들려는 시도 또한 부끄러운 일 아닌가? 여야가 나라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건설적인 토론을 하고 협치를 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이 이상한 것일까? 어린 학생도 보는 방송은 정치인들의 막말과 폭력적 언어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미래세대가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 부끄러운 작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나라가 반듯하여지려면 예의염치(禮義廉恥)가 있어야 한다. 치가 바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인데 그것이 흔들리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도부에 있는 사람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작태가 국민의 부끄러움으로 전도되고 있다. 잊었는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존경받는 것은 부끄러움을 감정이 아닌 도덕적 기준으로 삼은 부끄러움을 아는 대통령이었기 때문인 것을.

국격은 국력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것은 부끄러움을 어떻게 감당하는가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을 선출하자. 그곳에서 국격이 피어난다.

박은하 전 주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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