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팬 욕설에도 활짝 웃은 매킬로이...유럽 라이더컵서 미국 꺾고 2회 연속·13년만 원정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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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팬 욕설에도 활짝 웃은 매킬로이...유럽 라이더컵서 미국 꺾고 2회 연속·13년만 원정 우승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세계랭킹 2위인 ‘소문난 장타자’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는 지난 1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앞으로 마스터스 우승, 올림픽 메달, 라이더컵 원정 경기 승리가 이루고 싶은 목표”라고 밝혔다. 매킬로이는 소원대로 지난 4월 최고 권위 메이저 마스터스에서 우승해 꿈에 그리던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매킬로이가 마스터스 우승에서 그치지 않고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 라이더컵에서 필드를 지배하며 13년 만의 유럽팀 원정 경기 우승을 이끌었다.

유럽은 29일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코스(파70)에서 열린 라이더컵 최종일 싱글매치 12경기에서 1승 5무승부 6패를 거둬 승점 3.5점을 보탰다. 유럽은 승점 합계 15점을 확보해 13점에 그친 미국을 따돌리고 라이더컵을 들어 올렸다. 2년마다 열리는 라이더컵에서 유럽은 2023년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특히 2012년 미국 일리노이주 머다이나 컨트리클럽 대결에서 미국을 꺾은 뒤 13년 만에 원정 우승을 일궜다.

라이더컵은 홈팀이 코스 세팅을 맡는 데다 팬들의 응원까지 더해 원정팀이 이기기 힘들다. 라이더컵이 유럽과 미국의 대항전으로 굳어진 1979년 이후 원정팀이 홈팀을 꺾은 사례는 이번이 7번째다. 유럽은 5번이나 원정 우승을 따냈고 미국은 1993년 영국 대회 이후 32년째 유럽원정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1927년 창설된 라이더컵의 역대 전적은 미국이 27승 2무 16패로 앞서지만 2000년대에 들어선 12차례 대회에서 유럽이 9승 3패를 기록할 정도로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이틀 동안 열린 포섬과 포볼 경기에서 유럽이 미국에 11.5-4.5로 크게 앞서 최종일 승점 2.5점(2승1무)만 더하면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럽은 전통적으로 싱글매치에 강한 미국의 총공세에 밀려 12경기 중 단 한 경기만 따낼 정도로 고전했다. 경기 시작 전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이 목 부상으로 기권, 해리스 잉글리시(미국)와 대결이 무승부로 처리돼 승점 0.5 점씩을 나눠 가지면서 유럽이 우승에 필요한 승점은 2점으로 줄었다. 또 맷 피츠패트릭(잉글랜드)이 브라이슨 디섐보와 비겨 필요한 승점은 1.5 점으로 줄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세계 1, 2위 스코티 셰플러(30·미국)와 매킬로이의 맞대결. 초박빙의 접전 끝에 셰플러가 1홀 차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유럽팀은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가 패트릭 캔틀레이를 2홀 차로 제압했고 셰인 라우리(아일랜드)가 러셀 헨리와 대결에서 17번 홀까지 1홀 차로 뒤지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2m 버디를 뽑아내며 무승부를 만들어 유럽팀의 우승이 확정됐다.

매킬로이는 셰플러에 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5경기에 출전해 3승 1무 1패를 거둬 유럽팀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반면 셰플러는 1승 4패로 무너져 체면을 구겼다. 특히 셰플러는 포섬과 포볼에서 4전 전패를 당했는데 이틀째 경기까지 4전 전패를 당한 미국 선수는 셰플러가 처음이다.

이번 대회는 미국 팬들의 야유와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치러져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미국 팬들은 유럽 선수들이 샷을 하기 전 루틴 동작이나 퍼트하기 전에 야유를 내뱉었다. 특히 매킬로이를 향해 지난해 US오픈 때 역전패를 당한 사실을 언급하거나 올해 마스터스 우승을 운으로 얻었다며 조롱까지 했다. 이에 매킬로이는 28일 경기 도중 미국 팬에 “닥쳐”라고 소리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또 포볼 매치 때는 경찰이 투입됐고 매킬로이와 한 조로 경기하던 라우리가 경찰에게 팬 한 명을 지목하며 코스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요청, 심한 행동을 한 팬 2명이 퇴장당하기도 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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