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맥]한국 AI 정책,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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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맥]한국 AI 정책,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을까?

중국 국무원은 지난 8월 '인공지능 플러스(AI+) 정책에 대한 행동심화 의견'을 발표했다. 지난해 발표된 '인공지능 플러스 정책'을 보다 더 확대하고 구체화한 버전으로, '언제까지·어디에·어떻게'라는 세부 실행계획을 담고 있다. 2027년 까지 6대 핵심분야에서 AI 융합을 선도적으로 실현하며 차세대 스마트 단말기 및 지능형 시스템 보급률을 70%로 확대하고 2030년에는 보급률을 90%로 늘려 산업 전반에 AI가 내재화된 AI 경제 로드맵을 완성하는 한편 2035년까지는 전면적인 지능형 경제와 지능형 사회 발전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해 AI 경제·사회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6대 중점 AI 융합 분야는 첫째가 과학기술 분야로 ▲AI 기반 과학 연구용 대규모 모델 구축 ▲바이오·제조·양자 등 첨단 연구개발(R&D) 분야에서의 AI 활용이 핵심이다. 둘째는 산업발전 분야로 ▲제조업의 전과정 스마트 연결화 가속 ▲농업의 디지털 전환 ▲AI 기반 기업 육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셋째는 소비품질 향상 분야다. 스마트 자동차, 지능형 로봇, 스마트 가전을 비롯한 AI 기반의 새로운 소비 시나리오(돌봄·헬스케어 등) 확대를 목표로 한다. 넷째는 민생복지 분야로 의료·보건·교육 등 공공 서비스 분야의 AI 응용 확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다섯째는 거버넌스 분야로 도시 운영의 스마트화, 치안·방재 등 공공 행정 및 사회 분야의 AI 활용 및 확대를 제시했다. 마지막 글로벌 협력 분야의 경우 컴퓨팅파워·데이터·인재 관련 AI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선도하는 동시에 AI 오픈소스 생태계를 촉진하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더 커지고 구체화한 중국 AI 大計

이에 반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AI 액션플랜'은 미국 주도의 AI 글로벌 표준화, 친미 국가 블록화와 AI 수출 패키지를 통한 패권 유지의 구상이다. 아울러 미국 내 데이터 센터, 반도체 공장 허가절차 간소화와 WOKE AI 방지, 즉 이념적 편향 방지(다양성 등 진보 추구 가치에 대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의 국가 주도적 AI 내재화 보급 전략과 비교해 미국의 전략은 AI 시대의 패권 유지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미중간의 힘겨루기 속에서 세계 주요국은 AI 시대의 선두 자리를 차지하겠다며 저마다 국가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미중의 파워게임 틈바구니에서,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그 분야에서만은 최고가 되겠다며 진력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경우 제조강국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한 '제조업 인공지능(AI FOR MANUFACTURING)'으로 세계 최고의 AI 제조 강국이 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대만은 엔비디아와 함께 새로운 개념의 'AI 팩토리'를 들고 나왔다. 기존의 데이터 센터 개념을 넘어서는 엑사프롭스급 AI 전용 슈퍼컴과 데이터 센터가 결합한 형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시대에는 모든 제조업체가 두 개의 공장을 필요로 한다. 하나는 제품을 만드는 공장, 다른 하나는 제품을 움직이는 지능을 만드는 AI 공장"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세탁물의 성질을 AI로 파악해 최적의 세탁 방법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세탁기를 제조하는 식으로 '인공지능 제조'의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고의 AI 반도체를 만드는 TSMC와도 연계된 전략이다. 일본은 '과학 인공지능(AI FOR SCIENCE)'을 선언했다. 자국의 강점인 기초연구, 소재 개발에 AI 를 융합해 최고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슈퍼컴 후카쿠의 '후카쿠넥스트'를 과학용으로 2030년 가동하면서 '과학 인공지능'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만과 일본의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은 미국과 중국의 규모의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韓 AI 전략, 처절함 없어 산으로 갈 위험

그렇다면 한국의 AI 정책은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을까. AI 3대 강국이라는 야심찬 목표 아래 기술주권 확보와 전산업 AI 전환이라는 방향성은 제시했으나 구체적 실행 계획은 아직 미비해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계획을 보면 2028년까지 GPU 1만5000장을 확보하고 이를 학계 및 중소기업에 제공함으로써 국내 AI 생태계 성장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 핵심 프로젝트인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을 위한 사업은 이미 두차례 유찰된 바 있고 3차 공모에 들어갔다. 과기부는 지분구조를 공공 30% 미만, 민간 70% 이상으로 조정하고 국산 AI 반도체 도입 비율을 삭제했다. 그러나 일본이나 대만처럼 무엇을 위한 국가 AI 컴퓨팅 센터인지에 대한 설계가 여전히 불분명하다. 어떤 산업적 목표를 최우선으로 할지, 어떤 기술구조를 구현할지, 어떤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지에 대한 처절한 고민이 보이지 않아 배가 산으로 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AI 시대에 한 발 늦은 한국이야말로 바로 지금,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AI에 융합시키는 전략이 중요해 보인다. 가령 필자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던 당시 힘들게 구축한 '세계최초 민관협력 제조특화 AI 플랫폼(Korea AI Manufacturing Platform·KAMP)'과의 연계를 통한 '세계 최고 AI 제조특화 강국' 전략(대만과 차별화 되는) 혹은 한국이 강한 반도체·통신·바이오와 AI의 융합을 통한 특화 전략 등을 꼽을 수 있다. 국가 인공지능 전략위원회가 발족한지도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비공개로 진행된 첫번째 회의 이후 아직 그 후속책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와 이에 따른 국가적 혼란도 결국은 관료의 무능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최초설계 미비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에게 골든 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AI 3대 강국을 향한 정책 수립을 위한 전 국민적 역량을 모으고 절박함을 담아야 할 때이다. 지금이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이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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