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표적으로 선택한 개인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과 검찰,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을 사칭하며 송금을 요구하는 수법은 이젠 고전적 방식에 속할 정도다. 사후 대처보다는 예방이 최선인 만큼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보호와 사기범에 대한 처벌 강화, 포털 및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개인정보가 SNS 등을 통해 대중에 많이 노출될수록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될 확률은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특정인에 대한 맞춤형 공격을 하기에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이란 사실을 알아차리기 점점 어려워지는 까닭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26일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과거 투망형에서 낚시형을 거쳐 최근에는 공개된 정보를 이용해 표적을 정하는 작살형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선 동기를 가진 사기범들에게 최대한 범행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명예교수는 포털 사이트나 SNS 등이 보이스피싱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이들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인글 삭제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통신사, 금융사 등 업권을 불문하고 잇따르고 있는 해킹 사태로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되고 있는 점도 보이스피싱의 위험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개인정보 데이터셋(여러 개의 정보를 담고 있는 데이터를 하나의 집합으로 묶은 것)이 정교할수록 암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는 이유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맞춤형 접근에 중요한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벌어진 KT 사례 등을 예로 들며 “개인정보 침해 사고가 보이스피싱의 토양을 두텁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대포폰, 대포통장과 같은 보이스피싱의 인프라를 원천 제거하는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짚었다.
보이스피싱은 경제적 살인이라고 불릴 만큼 피해가 막대하다. 이에 경찰은 수사단계부터 보이스피싱 일당에 범죄단체 조직·가입죄를 적용해 중형이 선고되도록 하고 있으며, 법원에서도 범죄단체로 인정된 사례가 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다단계 금융) 사기범으로 악명이 높았던 버나드 메이도프(1938~2021) 전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이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0년을 선고받은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사기 범죄에 대한 형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이유에서다.
피싱 범죄는 국경이 없는 만큼 국제적 공조도 절실한 부분이다.
이 명예교수는 “사이버 범죄는 국경을 초월한지 오래”라면서 “타국과 공조가 안되면 범인을 검거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적, 국가간 사법 공조는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경찰청(112),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하고 금융회사 고객센터에 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경찰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1566-1188)를 24시간 체제로 연중 상시 운영하고 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