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다크호스’로 꼽히는 하야시 요시마사(사진) 관방장관의 막판 기세가 심상치 않다. 동료 국회의원들의 지지세를 바탕으로 결선투표에 진출한다면 역전극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의원 지지 동향을 확인한 결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약 70표로 가장 많았고, 하야시 후보가 50표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2일 보도했다. 고이즈미 후보와 함께 ‘양강’으로 분류되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40표 정도로 3위에 그쳤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은 각각 약 30표 정도로 지지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와 테레비도쿄가 지난달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자민당 지지층 표심을 분석해 보면, 고이즈미 후보가 33%로 1위였고 다음은 다카이치 후보 28%, 하야시 후보 20% 순이었다.
자민당 총재는 중·참의원 의원 295명의 투표와 당원·당우 투표 결과(295표로 환산)를 각각 50%씩 반영해 선출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득표수를 추산하면 고이즈미 후보 170표, 다카이치 후보 130표, 하야시 후보 110표 정도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고이즈미와 다카이치가 경쟁하는 가운데 하야시가 맹추격하는 구도”라며 “양강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296표)를 채우지 못해 결선투표로 갈 공산이 크며, 전체 의원 중 70명가량이 아직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 향방은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전했다.
지지통신 역시 자체 분석 결과 총재선거가 결선투표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시점에서는 고이즈미 후보가 결선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고,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다카이치와 하야시 두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짚었다.
하야시 후보는 외무상, 방위상, 문부과학상 등을 지내면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안정감이 강점으로 꼽힌다. 옛 기시다 파벌에 속하고 이시바 시게루 내각에서도 중용됐다. 낮은 인지도가 최대 약점으로 꼽혔으나, 총재선거가 본격화하기 전만 해도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당 지지층 내 지지율도 20%대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우편으로 접수되는 당원·당우 투표가 사실상 1일로 마무리된 상황이어서 이 같은 지지율 상승세가 실제 투표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하야시 후보가 다카이치 후보를 제치고 결선에 오르면, 1차에서 다른 후보를 찍었던 표가 하야시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결선투표에서는 의원 295표와 47개 도도부현(광역지방단체) 각 1표씩을 반영한 총 342표로 당락이 결정돼 의원 표심의 비중이 크게 확대된다.
자민당 출신 한 선거 전문가는 “고이즈미 후보가 TV 토론회 등에서 사전 준비한 원고를 보고 답변하는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이해력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강경 우파 성향인 다카이치 후보는 당선될 경우 한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나 야권의 비협조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하야시 후보가 급속도로 의원 표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4일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는 오는 15일 국회의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이시바 총리의 후임 총리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