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L 제공 보이지 않는 헌신, 이제는 수치로 증명된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새 시즌을 맞아 새로운 기록 지표를 추가했다. 디플렉션(굴절)과 스크린 어시스트다. 디플렉션은 슛 시도가 아닌 상황에서 공격자의 패스 등을 굴절시키는 수비 동작이다. 스틸의 하위 개념으로, 공격권을 완전히 뺏지 않아도 인정된다. 상대의 턴오버를 유도하고, 공격 흐름을 끊는다는 포인트에서 수비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KBL엔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득점이나 어시스트처럼 기록으로 수치화되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다르다. 디플렉션을 통해 이제껏 보이지 않던 공헌을 수치로 증명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최우수 수비상의 주인공인 정성우(한국가스공사)는 “그동안 수비적인 부분은 기록으로 나오지 않아서 주목받지 못했다. 감독님만 좀 알아주시는 편이었다. 수비도 공격처럼 똑같이 열심히 한다. 이젠 지표로 드러나니 다른 선수들도 경기에 더 몰입하고 공격권 하나를 위해서 더 쏟아부을 것”이라면서 “개인적으로 기대가 큰데, 한편으론 수치가 낮을까 봐 걱정”이라고 웃었다.
정규리그 개막에 앞서 팀당 2경기씩 치른 오픈 매치에서 정성우는 4개의 디플렉션을 기록했다. KCC 허웅(5개)에 이은 2위다. 강혁 한국가스공사 감독은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수비 지표를 통해 성우처럼 수비를 열심히 하는 선수도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변화를 계기로 성우 같은 선수들이 더 나오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사진=KBL 제공 스크린 어시스트는 빅맨을 위한 지표다. 동료를 위해 시도한 스크린이 득점 성공으로 이어졌을 때, 스크리너의 공로를 어시스트로 인정하고 수치화한다. 그동안 KBL에서 빅맨의 스크린을 이용해 득점하는 장면은 수도 없이 많이 나왔지만, 정량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없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삼성 외국인선수 케렘 칸터가 주목받는다. 칸터는 오픈 매치 2경기서 6개의 스크린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칸터의 스크린을 받아 득점해야 하는 이대성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더 큰 리그들은 전부터 다양한 기록을 세심하게 주목해왔다. 세상엔 빛날 수 있는 가치가 다양하다. 이번 변화가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프로농구(NBA)는 디플렉션, 스크린 어시스트 외에도 슈팅 파울 유도, 컨테스트(공격자가 슛을 시도할 때 수비자가 손을 뻗어 저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행위) 등 다양한 공수 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KBL 관계자는 “기록지에도 표기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수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