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해 2승을 기록중인 황유민(22·롯데)의 별명은 ‘돌격대장’이다. 163cm의 여리여리한 체격과 앳된 외모와 달리 폭발적인 장타를 앞세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시즌을 마치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러파잉 시리즈 최종전을 통해 내년 미국 무대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이제 없어졌다. 황유민이 후원사 초청 선수로 출전한 LPGA 투어 정규 대회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며 단숨에 정상에 올라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황유민은 5일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에바비치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파72·656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타를 줄이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황유민은 세계랭킹 9위 김효주(29·롯데)를 한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상금은 45만달러(약 6억3000만원). 황유민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LPGA 투어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스폰서인 롯데의 초청으로 좋은 기회를 맞이해 감사하다”며 “제 꿈이 이제 시작되는 기분이라 설렌다”며 벅찬 우승 소감을 밝혔다.
황유민은 1라운드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떨구는 깔끔한 플레이로 선두와 3차차 공동 8위(5언더파 67타)에 오르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더니 2라운드에서는 보기는 1개로 막고 이글 1개, 버디 9개로 무려 10타를 줄이는 신들린 샷을 선보이며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황유민이 2라운드에서 작성한 10언더파 62타는 롯데 챔피언십 대회 18홀 최저타 타이기록이다. 그러나 잘 나가던 황유민에게 3라운드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버디는 1개에 그쳤고 보기 4개를 남발하며 3타를 잃고 선두와 1타차 공동 2위로 밀렸다. 하지만 최종라운드에서 황유민은 다시 힘을 냈다. 4번 홀(파3) 버디를 5번 홀(파5) 보기로 맞바꾸며 좀처럼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던 황유민은 13번 홀(파4) 버디로 반등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놀라운 ‘마법’이 펼쳐졌다. 15번 홀(파3)에서 티샷을 홀에 바짝 붙여 한타를 더 줄였고 16번 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작성하며 다시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챔피언 조의 김효주가 15번 홀 버디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지만 황유민도 이에 질세라 17번 홀(파4)에서 중거리 퍼트를 떨어뜨리며 또 한 타를 줄여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이후 챔피언 조의 가쓰 미나미(일본)도 공동 선두에 합류하며 혼전이 이어졌지만, 김효주와 가쓰가 17번 홀에서 나란히 보기를 범하는 틈을 타 황유민이 한 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도 그린 뒤 러프에서 친 세 번째 샷을 완벽하게 붙이며 버디를 잡아내 우승을 자축했다. 막판 4개 홀 연속 신들린 버디쇼가 우승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황유민은 지난해 KLPGA 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53.76야드(4위) 기록했고 올해는 248.22야드(15위)를 날리고 있다. 그런 장타력은 이번 대회에서 더욱 빛났다. 최종라운드 평균 비거리는 265야드를 찍었고 1~4라운드 평균 비거리는 무려 270야드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드라이브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난 것은 3번 뿐으로, 페어웨이 안착률이 78.5%를 기록할 정도로 똑바로 멀리 치는 이상적인 드라이브샷을 구사했다. 퍼트 수도 23개에 불과할 정도로 정확했다. 황유민의 우승으로 이번 시즌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우승은 2월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의 김아림(30·메디힐), 3월 포드 챔피언십의 김효주(29·롯데), 5월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의 유해란(24·다올금융그룹), 6월 2인 1조 대회인 다우 챔피언십의 임진희(27·안강건설)-이소미(26·신한금융그룹)에 이어 5번째다. 이번 시즌 투어 다승자는 아직 없다.
2022년 이 대회 우승자인 김효주는 시즌 2승 기회를 간발의 차로 놓쳤으나 마지막 홀 버디에 힘입어 단독 2위에 올라 시즌 3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7승을 거둔 세계랭킹 2위 넬리 코르다(27·미국)는 공동4위(14언더파 274타)에 올라 첫승 기회를 또 놓쳤다. 1라운드에서 선두와 2타차 공동 2위에 올라 대회 2연패 꿈을 부풀렸던 김아림은 이날 2타를 줄여 공동 10위(12언더파 276타)에 머물렀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