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물산 운영방식 보고 아이디어 낸 LH '이것'…3년간 중대하자 68% 확 줄였다[LH민참아파트]

글자 크기
[단독]삼성물산 운영방식 보고 아이디어 낸 LH '이것'…3년간 중대하자 68% 확 줄였다[LH민참아파트]

9·7 대책을 통해 정부가 '속도감 있는 공급'에 나서겠다고 민간참여사업 확대 정책을 내놨으나, 올해 기준 건설형 공공주택 중 민참 물량은 전체의 약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약 70%는 저품질 논란에 선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 물량이다. 중견·중소 건설사가 수주하는 종심제 물량은 하자의 온상으로 꼽힌다. 9·7대책에 따른 민참 물량까지 주택 품질 논란이 불거지지 않으려면 'LH 품질명장제'를 부활 등을 통해 미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


LH 명장제는 20년 이상 경력의 숙련 기능인을 공정 초기에 투입해 하자를 차단하고 품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법제화를 추진하다 무산됐다. LH 명장제는 단순히 하자 줄이기에 그치지 않고 기능인 전문교육과 기능 등급제 시범 운영, 양질의 건설 일자리 창출로까지 확장해 공공기관 주도로 만든 최초의 건설관리 체계였다. 이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 의존으로 인한 품질 저하와 고령 장인의 은퇴로 생기는 기술 단절 문제를 동시에 풀고자 했다. 동시에 젊은 세대를 건설 기능인으로 끌어들여 현장 인력의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품질 확보와 인력 육성을 동시에 겨냥한 일종의 종합 해법이었던 셈이다.



독일 마이스터 제도와 삼성물산 '기능마스터' 운영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DL이앤씨 등 일부 대형사도 자체 명장 제도를 운영하며 품질을 강화해왔다. LH는 명장제를 통해 입주민 안전과 생활에 직결되는 중대하자가 2021년 793건(가구당 0.018건)에서 지난해 250건(0.005건)으로 68% 줄었다. 현장에서는 감리나 시공사도 놓친 자재 불량과 시공 편법을 명장이 잡아내는 사례가 이어졌다.


철판 3.2㎜라더니 2.8㎜…LH 품질명장이 잡아낸 현장 '꼼수'

한 현장에서는 시공사가 두께 3.2㎜ 이상으로 주문한 거푸집 철판 대신, 하도급 업체가 원가 절감을 위해 2.8㎜도 안 되는 얇은 자재를 몰래 끼워 넣었다. 공장에서 기준에 맞는 자재를 제시해 놓고 실제 현장에는 규격 미달 자재를 들여온 것이다.


삼성물산 마스터 출신인 LH 명장 A씨는 "현장에서 실측해 보니 규격이 기준보다 현저히 얇았다"며 "그대로 사용했다면 콘크리트 충전 과정에서 벽체 변형은 물론 단열과 창호까지 연쇄적인 하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해당 자재는 전량 반출됐다.


창호 시공 과정에서도 편법은 반복됐다. 원칙적으로는 칼블럭을 사용해 깊이 고정해야 했다. 그러나 일부 현장에서는 시간 단축을 위해 총알형 피스를 쓰는 일이 적지 않았다. 겉으로는 완공된 것처럼 보여도, 창호가 쉽게 떨어질 수 있었다. 명장은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즉시 시정을 요구했고, 시공사 본사까지 직접 항의해 문제를 바로잡았다.


단열재 시공도 조인트 틈새를 테이프와 우레탄폼으로 보강해야 했지만, 이를 생략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역시 명장이 세밀히 살펴 지적했고, 하청업체가 대응을 미루자 본사에서 시정하도록 했다. 삼성물산 마스터 출신 LH 명장 B씨는 "삼성물산에서는 혹시라도 누락이 있으면 그라인더로 15㎜를 긁어낸 뒤 반드시 다시 우레탄폼을 채우게 했다"며 "하지만 LH 현장은 달랐다. 건성으로 던져 넣고 마는 식이었다"고 했다.



명장은 LH와 시공사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도 했다. 민참사업에 참여 중인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LH와의 협업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시공사와 발주처인 LH는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이 잦고 결국 시공사 입장에선 발주처인 LH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시공능력평가 40위권 건설사 현장소장도 "민간 현장은 우리 이름을 걸고 짓는 아파트라 고객 불만이 생기면 회사가 직접 해결한다"며 "공공현장은 입주민이 건설사의 직접 고객이 아니기에 시공사 입장에서는 원가 절감과 수익 확보가 우선된다"고 했다. 이어 "LH는 같은 값이면 더 높은 품질을 요구해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이럴 때 명장이 '이 수준은 하자, 이 정도는 허용 가능하다'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분쟁이 정리되고는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현장소장은 "시공사와 발주자인 LH는 입장이 달라 충돌이 생기는데 명장은 LH 소속이면서도 중립적으로 중간다리 역할을 해줬다"고 했다.


사라진 명장들

명장제는 건설산업기본법을 근거로, LH도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으나 법제화는 무산됐다. LH 관계자는 "올해 사업은 종료됐고 감리와 역할이 겹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며 "품질 명장의 과업 범위를 조정해 내년부터는 다른 제도로 재편할 계획"이라고 했다.


명장은 특정 공정을 수십 년 다룬 기능인으로서 현장을 직접 돌며 취약 공정을 점검한다. 감리단장이나 감리원이 행정 절차에 치우쳐 세부 공정 하자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로 인해 중복 비용 논란을 이유로 폐지할 제도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학 한국건축시공기능장협회장은 "공사 중간에 단기 용역으로 투입되는 방식으로는 명장이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며 "착공부터 준공까지 이어지는 직고용 체계가 마련돼야 품질 관리 효과가 수치로 입증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건설 현장에서는 잘못된 시공을 잡지 못해 하자 처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결국 제때 품질 관리를 하느냐가 건설비 절감과 입주자 피해 최소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하루 3분, 퀴즈 풀고 시사 만렙 달성하기!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