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긴 사야겠는데, 어디가 좋을까?"
추석 연휴 간 만난 지인들의 질문은 한결같았다. 가격이 더 뛸 것 같으니 조언해달라고 했다. 한 달 전 나온 새 정부의 첫 주택 공급정책인 '9.7 대책'은 안중에 없었다. 집값 하락의 두려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이전 진보 정권 때처럼 집값 급등 사이클이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다.
9·7 대책은 정밀 사격에 실패했다. 필자의 지인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똘똘한 한 채'를 사기 위해 강남과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마·용·성) 등으로 몰려들고 있다. 다주택자가 되면 큰일이 날 것처럼 규제로 철벽을 친 결과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해서라도 서울의 주요 입지에 새집을 사놓는 것이 자산 증식의 공식이 됐다. 그런데 정부는 수도권 어딘가에, 2030년까지 매년 27만 가구를 착공한다고 발표했다.
공급 시차도 극복하지 못했다. 공급 시점을 착공 기준으로 앞당기고,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등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장 뛰는 집값을 잡을 비책은 아니었다. 이전 정권 사업이긴 하나 서울 서초구 서리풀(2만가구), 과천(1만가구) 등은 가격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업들의 착공 시점도 2029년에 맞춰졌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7년 상반기까지 나올 주택 수의 총합은 5만8284가구 정도(한국부동산원)로 추산한다. 이는 연평균 서울 주택 공급량이 5만가구라는 점에서 보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당장 공급을 늘릴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서울시와의 간극도 좁혀야 했다. "시장의 변화에 적기 대응이 어렵다"면서 국토교통부 장관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현 제도로는 적기 대응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누가, 언제, 중앙정부 부처의 적기 대응을 방해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조만간 정부가 집값 급등 지역을 규제할 것이라는 점만 확실해졌다. 하루라도 빨리 집을 사야 한다는 위기감은 삽시간에 퍼졌다. 마·용·성 등지의 집값 급등에 불쏘시개가 됐다.
이제는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나, 경기도 광명까지도 집값에 불이 붙었다고 한다. 집값의 키 맞추기가 서울 비인기 지역에서 경기도까지 이어지는 퍼져나가는 형국이다. 당장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기조는 '각 부처가 십시일반 해 만든 종합대책'이다. 26번의 집값 대책을 낸 과거 "전전 정권(문재인)의 후과"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의미는 좋으나 조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묘수가 담길지도 의문이다. 대출 규제와 함께 나온 이번 대책처럼 다음 대책도 거래를 규제하거나 세금을 높이는 종합대책을 구상해 볼 수 있다. 토허구역은 법을 고쳐야 권한을 가질 수 있고, 세제의 경우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한 대통령의 프레임을 깨야 한다. 그런데 김 장관은 "인간 김윤덕은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장관으로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이고, 이는 대통령의 의지가 너무 견고하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9.7대책 한 달이 지난 현재, '정권의 집값 급등 사이클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더 늦기 전에 명확한 방향성을 담은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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