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사진) 신임 총재가 무난하게 총리로 취임할 것으로 예상되던 일본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연립여당이던 공명당이 다카이치에게 ‘비자금 스캔들’ 문제 해소 의지가 없다며 결별을 선언하면서다. 여전히 다카이치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긴 하지만, 야권의 물밑 논의가 활발해짐에 따라 정권교체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이 됐다.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12일 NHK방송에 나와 자민당과의 연립 복원 가능성에 대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협의를 거부하지는 않겠지만, (연립)이탈 결단에는 무게가 있다”며 “가볍게 ‘금방 돌아오겠다’고 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카이치도 지난 10일 양당 대표 회담 결렬 후 “일방적으로 연립 이탈을 통보받았다”며 불쾌감을 드러내 양측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형국이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에서는 통상적으로 집권당 대표가 국회 표결을 거쳐 총리로 선출된다. 중의원(하원), 참의원(상원) 총리 지명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2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가 총리가 되며, 중의원 의결이 참의원에 우선한다. 중의원 총 465석(과반 233석) 가운데 자민당이 196석으로 제1당이어서 오는 20일 전후 치러질 총리 지명선거에서 가장 유리한 쪽은 여전히 다카이치다. 그러나 24석 공명당의 연립 이탈로 중·참의원 양원의 ‘여소야대’가 더욱 심화함에 따라 다카이치는 총리로 취임하더라도 역대 최약체 내각을 이끌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변수는 야권의 합종연횡이다. 입헌민주당(148석)과 일본유신회(35석), 국민민주당(27석)의 중의원 의석수를 합치면 여당보다 많다.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모처럼 정권교체의 기회가 왔다”며 대중적 인기가 많은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를 야권 단일 총리 후보로 내자는 뜻을 재차 밝혔다. 다마키 대표는 에너지, 안보 정책에서 차이가 크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자민·공명당 연립 붕괴 후 “총리를 맡을 각오는 돼 있다”고 밝히는 등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중도 보수 정당 공명당은 이전부터 다카이치의 강경 우파 성향을 우려해왔는데, 최근 중·참의원 선거에서 잇단 참패의 원인이 된 ‘정치와 돈’ 문제에도 다카이치가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며 오히려 비자금 연루 의원을 주요 당직에 앉히자 연립 이탈을 결단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