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등 세금의 계절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금리와 세금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금리가 높아질 경우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세금이 인상되면 가처분 소득이 감소해 대부분 금리와 세금의 인상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주식, 가상자산, 부동산 등 금융과 실물자산에 투자한 경우 세금이 높아지면 세후 투자수익률이 낮아지게 된다. 최근에도 10억원 이상 단일종목 주식 보유 시 양도차익에 과세하려는 법안이 상정되자 주식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하는 사태가 있었다.
세금은 정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근대 정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군주는 증오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데 국민들이 가장 증오하는 군주는 자신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는, 즉 세금을 높이는 군주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역사상의 전쟁과 혁명은 대부분 세금에 그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독립전쟁을 촉발한 보스턴 차사건 역시 세금과 연관이 있으며 프랑스 대혁명도 과도한 세금이 문제였다.
금리 인상 또한 정치와 긴밀히 연관돼 있다. 금리를 높인 정부는 국민들에게 인기를 잃어 선거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1979년 2차 석유파동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자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던 폴 볼커는 금리를 큰 폭으로 높여 인플레이션을 낮추려 했다. 경기가 급격히 침체하고 기업도산이 늘어나면서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집권 1기 전반기 동안 금리를 크게 높였다가 재선에 실패했다. 한국의 경우도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고 금리를 높였으며 문재인 정부는 세금을, 윤석열 정부는 금리를 역대 정부 중 가장 큰 폭으로 높였다.
이러한 금리와 세금의 정치적 영향력을 아는 정치인은 저금리와 저세금 정책을 선호한다. 경험 많은 정치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동안 저금리를 강조하면서 세금을 낮추려고 시도하는 것은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고금리, 고세금이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환경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경제의 정치화가 진전되면서 정치적 요인이 경제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교수였던 애덤 스미스의 주류 경제학에서는 소비자와 기업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이나 관료는 국가의 이익을 위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정치인이나 관료 역시 자기 이익을 우선한다는 공공선택론의 가정이 힘을 받고 있다. 금리와 조세정책에 있어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요인이 역할을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정치경제학적 접근은 금리와 조세 등 경제정책을 예측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경제적 요인만 보면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금리를 높여야 하고 재정적자가 커지면 세금을 인상하는 것을 전망할 수 있다. 여기에 합리적 기대학파는 재정적자가 커지면 미래 세금도 높일 것으로 전망하는 리카아도의 동등정리를 믿는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세금을 높이지 않을 수 있다. 재정적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배경이다.
한국경제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생활물가가 높아지고 저성장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저금리, 저세금 정책의 가능성이 크다. 경제의 정치화로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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