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李대통령의 '코스피 5000', 헛물켜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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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李대통령의 '코스피 5000', 헛물켜지 않으려면

국내 증시가 그야말로 불장이다. 코스피가 3500포인트에 이어 한때 3600포인트까지 훌쩍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동평균선이 정배열 상태를 이어가면서 기세 또한 대단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리한 요구로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협상이 한국 경제에는 부담이지만, 증시는 악재보다는 호재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호재는 단연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하지 말라'면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어 증시를 노후대비·자산증식 수단으로 만들겠는 이재명 대통령의 자신감과 국내 인공지능(AI) 산업 해외투자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추세 자체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의 AI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관망하던 개인투자자들도 조금씩 기대감을 품기 시작한 것일까. 주식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 성격으로 읽히는 예탁금 규모는 2023년 한때 50조원대에 불과했는데, 어느새 약 76조원으로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역대 최고 수준인 77조9018억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계좌 수도 9333만개(5월 9000만개)를 넘어섰다.


분위기를 보면 '코스피 5000 시대'가 곧 열릴 것 같지만, 반갑지 않은 흐름이 상존한다. 증시의 '대척점'에 있는 집값이 후끈 달아올랐다는 점이 그렇다.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을 적용하면 '금리하락기' 주식과 부동산 투자 선호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 가깝다. 한국의 경우 이 시기에 부동산으로 쏠림이 심화하고는 했다. 국내 증시의 최근 상승세는 이 대통령이 바라는 '부동산 투자 자산이 증시로 옮겨 온 것'이거나,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보다 증시를 택한 것'으로 보기 이르다는 얘기다.



'6·27 대책'과 비교할 때 '9·7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준 충격은 크지 않았다. 주춤했던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이 9·7 대책 이후에는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추석 직전 서울 집값 상승 폭은 0.27%로 6·27 대책이 나오기 직전 수준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시장은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 기조를 믿고 따르던 사람들을 '벼락 거지'로 만든 문재인 정부를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


다시 시장이 의구심을 거둘만한 선명한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의 경영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 권리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다수의 투자자가 원하는 대로 금융투자세, 대주주 양도세를 건드리지 않기로 한 것은 분위기 조성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이 정도로는 부동산 자금과 증시 자금의 성격이 크게 다르고,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생각보다 높다는 점에서 변화의 물꼬를 트기 어려운 것은 물론 자산 증식과 상속의 대상이자 경제적 신분의 척도라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신념'을 넘어설 수 없다.


이재명 정부에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쪽에선 벌써 '문재인 정부 시즌 2' 가능성을 논하고 있다. 실기(失期)할 경우 늘어난 가계부채와 악화한 양극화 지표만 남아 그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게 뻔하다. 그들의 인내는 길지 않을 것이며, 그때부터 이재명 정부의 정책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임철영 정치부 차장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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