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보다 더 오른 금값] 금 한돈 80만원 돌파…전문가들 “조정 있어도 더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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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보다 더 오른 금값] 금 한돈 80만원 돌파…전문가들 “조정 있어도 더 오른다”
국제 정세 불안 안전자산 인기 사상 첫 온스당 4100달러 넘어 골드만, 1온스 5000달러 도전 BoA는 가격 폭락 위험성 경고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골드팡 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금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외 금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게다가 은 가격 상승률마저 금을 크게 웃돌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과 프랑스 정치 위기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진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란 해석이 나온다.

14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 가격이 50% 이상 급등하면서 이날 국제시장에선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10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금값 역시 가파르게 뛰고 있는데, 전날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이 1g당 20만96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제 순금 한 돈(3.75g)을 사려면 80만원을 줘야할 정도다.

최근 KRX 금 현물가격은 적정가치보다 10% 정도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쌓은 상황이다. 그만큼 국내 금값의 변동성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시장에선 없어 못팔 정도로 금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은값은 온스당 52.5070달러를 기록하며 1980년 미국의 은파동 사태 당시 기록한 고점을 갈아치웠다. 올해 은 가격 상승률은 73%로 금 가격 상승률(57%)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경은 채권에 대한 대안자산으로 금이 활용되고 있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통상 투자자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일종의 보험 성격으로 미 국채를 사들였지만, 이제는 금이나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금 가격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가계나 기업 등 리테일 자금까지 붙으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더욱 집중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국제 금값이 상승세를 지속하며 온스당 5000달러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월가에서는 채권시장 자금이 일부라도 귀금속 시장으로 옮겨갈 경우 금값을 추가로 밀어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골드만삭스는 개인이 보유한 미 국채의 1%만 귀금속으로 전환돼도 금 가격이 온스당 5000달러선에 근접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역사적으로 수년간 이어진 금값 랠리에 늘 뒤따랐던 가격폭락을 언급하며 금 투자에 대한 위험을 경고했다. 1979년 금값 급등 이후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금 가격 상승은 1982년 모두 사라졌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의 금값 랠리와 관련 이와 비슷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금값 강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두면서도 몇 차례 숨고르기 국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향후 1년 금 가격 목표치를 온스당 4500달러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값 고점은 아직 이르다고 본다”고 밝히며 금값을 결정하는 가장 큰 지표로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성 등을 꼽았다.

황 연구원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기조로 계속 유지된다고 보면, 금값 강세 사이클은 유효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의 셧다운, 유럽 일부 국가의 정치적 이벤트 등이 해소되거나 인플레이션 리스크 같은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요인들이 나올 때는 (금 가격이) 쉬어가는 국면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기적 수요가 가미돼 단기간에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진 측면을 경계하며 앞으로는 단기 차익에 대한 기대감 보단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을 바라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같이 밝히면서 “올해 4분기 중반에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소 잠잠해지는 구간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면서 “금 가격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속도 조절 구간들이 올 연말이나 내년에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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