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개발 프로그램을 공개한 것은 강력한 위력을 지닌 다탄두 ICBM으로 대미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날 발표에서 엔진과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강조했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는 신형 고체연료 엔진의 최대 추력은 1960킬로뉴턴(kN)이다. 이를 환산하면 200t의 무게를 밀어올릴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2022년 12월 북한이 발표한 고체연료 엔진 첫 지상시험 당시 공개한 수치보다 60t이 늘어났다.
북한 당국이 1일 공개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31일 북한의 장소가 밝혀지지 않은 신형 무기 공장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뉴시스 고체연료 엔진의 추력을 높이려는 것은 다탄두를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무기 전시회에서 ICBM 화성-19형을 선보이면서 단탄두와 다탄두형 탄두부 그림을 공개한 바 있다. 다탄두를 실현하려면 다탄두 재진입체(MIRV)를 ICBM에 탑재해야 한다. 이는 상당한 수준의 중량 증가로 이어진다. 기존 ICBM처럼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면서 다탄두화를 달성하려면 고체연료 추진체 성능 개량 등을 통해 엔진 추력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기존 화성-18형과 화성-19형도 사거리 1만5000㎞ 이상으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엔진 추력이 증가하면, 엔진 연소과정에서 기존보다 더 많은 열이 생긴다. 노즐(배출장치)이 이 같은 고열을 견뎌내려면 신뢰성 높은 탄소복합재를 사용해서 제작해야 한다. 신뢰성과 성능이 높은 엔진 개발과 탄소섬유 확보가 모두 성공해야 신형 ICBM 개발의 1단계를 넘어설 수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이 이날 미사일 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칭찬을 한 것은 신형 ICBM 엔진과 탄소섬유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ICBM을 완성하려면 엔진과 추진제, 항법체계와 종말유도체계 기술이 최종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시험발사가 필수다. 북한이 조만간 화성-20형의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시험발사를 감행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